[권기범기자] 고육지책으로 고원준까지 올렸다. 그런데 이마저도 패착으로 돌아갔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불펜운용을 두고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뾰족한 해답이 없어 더욱 불안하다.
장맛비에 태풍까지 겹쳐 며칠간 야구경기가 없었고, 롯데는 지난 24일~26일 우천으로 인해 한화와의 대전 주말 3연전을 치르지 못했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천금의 시간이었다.
이전 주중 두산전에서 당한 2패가 참으로 뼈아팠다. 불펜진의 불안감과 이에 대한 대책도 딱히 없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무너진 경기였던 탓이다.
롯데는 21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8회초 3-3 동점을 허용한 뒤 9회초 3실점하면서 3-6으로 역전패했다. 당시 이명우, 임경완, 강영식, 진명호, 김사율까지 불펜을 총동원했지만, 두산의 뒷심을 막아내지 못했다. 22일 우천취소 후 23일 경기서는 4-4 동점이던 7회초 1사 1, 2루서 선발 고원준을 긴급 소방수로 등판시켰지만, 그마저 줄줄이 두들겨맞고 결국 5-9로 패했다. 초강수마저 통하지 않았던 셈이다.
양승호 감독은 1이닝도 깔끔하게 막아주지 못하는 불펜진 탓에 경기 운영에 힘겨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타선과 선발진의 활약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양 감독은 결국 초반 대량득점과 선발의 긴 이닝 소화가 팀승리 공식임을 인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현 롯데 불펜진 중에서는 믿고 기용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기록만 놓고 보면 사령탑의 입장에서는 '전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등록된 불펜진 중에서 만족할 만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좌완 원포인트로 한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내보내는 강영식은 평균자책점이 무려 4.86(6.2이닝 9자책)에 이른다. 선발투수라고 해도 높은 수치다.
주전클로저 역할을 하고 있는 김사율은 5.34(30.1이닝 18자책), 최근 롱릴리프로 자주 마운드에 올랐던 진명호는 5.02(14.1이닝 8자책), 허준혁(우완)은 5.40(15이닝 9자책)에 이른다. 그나마 이명우가 2.84(6.1이닝 2자책), 임경완이 3.54(28이닝 11자책)로 평균자책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칭찬받을 성적은 아니다.
나머지 불펜진은 평균자책점만 보면 1군으로 콜업하기도 쉽지 않다. 김일엽(4.56), 배장호(7.56), 허준혁(좌완/12.00)은 물론,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이재곤(7.50)과 김수완(6.33)도 평균자책점이 지나치게 높다. 계투 등판 후 선발 시험무대를 거쳤던 김명성(6.75)도 기대에 못미치고 지난 23일 다시 1군 엔트리 말소됐다.
박빙의 상황에서 경기 중후반이 됐을 경우, 양승호 감독으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도대체 누구를 집어넣느냐"고 푸념 섞인 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사령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법. 양승호 감독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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