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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대전 시티즌, 원칙은 없고 구태 반복 위기


[이성필기자]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중심을 못잡고 헤매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시작된 구단 쇄신이 공수표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각계 대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이 내세운 구단 쇄신안은 장밋빛 환상이었을 뿐 제대로 시행할 동력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재원 문제에 대해서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광역시 시장이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오히려 회전문 인사, 코드 인사, 야합 등 시민구단이 보여주는 악습이 또다시 반복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전은 김윤식 전 사장이 승부조작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던졌다. 왕선재 감독은 물론 이사진, 구단 팀장급 프런트 모두 일괄 사표로 쇄신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염홍철 구단주는 T/F가 쇄신안을 구성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 사이 구단 업무는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면 마비에 가까웠다. 여름 이적 시장을 앞두고 선수 영입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에만 가까웠을 뿐 그 어떤 일도 진척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논란이 쏟아진 가운데 '코드 인사', '자리 만들어주기'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김광희 사장을 임명했다. 김 신임 사장은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광역시 시장의 선거 캠프 출신이다. 대전 지역 내에서도 우호적인 여론은 형성되지 않았고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김 신임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왕선재 감독과 면담 한 번 없이 곧바로 해임을 통보했다. 왕선재 감독의 반발은 당연했다. 왕 감독은 "최소한 내 이야기라도 들어봐야 했던 것 아니냐"라며 해임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대화를 통해 소명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이사회'의 결정이라며 발을 뺐다. 궁색한 변명이나 다름없다.

이사회 역시 왕 감독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스스로 사퇴를 결정한 이사회가 감독의 해임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임을 잘 알면서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새로 구단을 맡는 사람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구단을 대표하는 사장이 감독의 선임 및 해임과 관련한 권한이 있음에도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라며 꼬리부터 내리고 수긍하면 향후 구단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전 구단 사장은 구단주가 선임하지만, 감독은 구단에서 알아서 결정하고 구단주는 최종 재가만 하면 된다. 시민들이 주주인 시민구단이 대전시의 길을 잃고 헤매는 행정에 어느 곳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일부 이사가 특정인을 감독으로 밀고 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등 문제의 소지가 커지고 있다.

김 신임 사장이 축구 등 체육 행정에 비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체육인 출신 단장직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는 점은 더욱 문제다. 대표적인 자리 만들기에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피같은 구단 재정 일부를 쓸데없는 인건비에 쓰는 것 자체가 낭비다.

더군다나 과거 문제가 있었던 인사들이 대거 구단으로 컴백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 왕 감독의 후임으로 5명으로 압축된 감독 후보군 중 A씨는 염 시장의 측근에게 자주 전화를 걸고 선물을 보내는 등 의도가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장직을 노리는 B씨는 일부 대전 선수들에게 "내가 단장으로 가면 구단이 편해질 테니 기다려라"는 말을 해 오해를 확산시켰다.

대전은 지난 5년간 5명의 사장을 교체했다. 정책은 일관성이 없었고 해임 시기마다 온갖 억측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새로 임명된 김 사장은 눈치를 보며 일을 시작해 더더욱 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시작했다. 손발 묶인 '원조' 시민구단의 슬픈 자화상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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