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개막한 지도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 삼성과 KIA가 디펜딩 챔피언 SK를 따돌리고 양강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는 가운데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각 1위와 2위에 올라 있는 삼성과 KIA의 특징은 강력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한 야구를 한다는 점.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진리가 올 시즌에도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삼성과 KIA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이 가장 꾸준하게 돌아갔던 팀은 어디일까. 다소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삼성과 KIA가 아닌, 4위에 머물고 있는 LG였다. LG는 8개 구단 가운데 최소 인원인 6명으로 지금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단, 선발승으로 따지면 역시 상위권에 올라 있는 KIA와 삼성의 선발진이 강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KIA는 37번(이하 기록은 14일 현재), 삼성은 29번의 선발승을 기록하며 각각 이 부문 1,2위에 올라 있다. 8개구단의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특징을 살펴보자.
◆LG, 개막 로테이션 그대로 유지
LG는 올 시즌 선발로 나선 투수가 총 6명에 불과하다. 개막을 맞았던 리즈, 박현준, 주키치, 심수창, 김광삼의 5선발이 7월 중순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5명 외에 부상으로 뒤늦게 선발 합류했다가 다시 부상으로 빠진 봉중근이 3경기에 선발 등판한 것이 전부다.
올 시즌 LG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꾸준히 제 몫을 다해온 선발진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새 전력으로 가세한 주키치, 리즈, 박현준의 선발 트리오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심수창과 김광삼이 꾸준함으로 나름 쏠쏠한 활약을 펼친다.
LG는 선발의 힘으로 상대적으로 부실한 불펜의 약점을 만회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승은 26승으로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 역시 불펜이 약한 탓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삼성, 선발승 2위의 위엄
삼성은 올 시즌 총 7명의 투수가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차우찬, 카도쿠라, 안지만, 윤성환, 배영수의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은 안지만의 자리에 장원삼이 들어가 있다는 점 외에는 꾸준히 로테이션이 지켜지고 있다.
개막전에 컨디션을 맞추는데 실패한 장원삼의 공백을 안지만이 초반 잘 메웠다. 안지만은 현재 제 위치인 불펜으로 돌아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정인욱이 가끔 선발에 가세해 로테이션에 숨통을 틔웠다.
삼성의 총 29번의 선발승은 8개 구단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삼성이 선두권 성적을 내고 있는 비결은 꾸준하고도 위력적인 선발진에 있었다. 물론 리드를 잡으면 승리를 양보하지 않는 든든한 불펜진의 뒷받침이 있었다.
◆넥센, 꾸준했지만 실속 없었다
꼴찌 넥센이 7명의 선발투수로 시즌을 꾸려오고 있다는 것도 다소 의외다. 하지만 꾸준했을 뿐 실속이 없었다. 13번밖에 안되는 선발승은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나이트, 김영민, 김성태, 김성현, 금민철로 시즌을 맞은 넥센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5선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금민철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다는 것과 문성현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정도다.
이상 6명의 선수 외 박성훈이 선발등판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박성훈은 단 1경기에 등판했을 뿐이다. 사실상 5명의 선발투수로 시즌을 꾸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롯데, 속 썪이던 선발진이지만 선발승은 3위
올 시즌 롯데의 선발 마운드에 섰던 투수는 코리, 이재곤, 장원준, 송승준, 이용훈, 김수완, 사도스키, 고원준, 김명성 등 9명. 이들 중 장원준, 송승준, 고원준, 사도스키 등 4명이 지금까지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롯데는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 구성으로 애를 먹었다. 사도스키가 개막전을 앞두고 부상을 입어 4월 말에야 합류했고,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던 코리는 5월부터 구위 하락을 이유로 중간 계투로 돌아서더니 결국 퇴출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장원준, 송승준, 고원준의 '3준' 트리오의 활약으로 선발승은 8개 구단 가운데 3위(27승)를 기록하고 있다. 여러 보직을 소화하던 고원준이 선발로 자리를 잡았고 사도스키도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 5월부터 안정 찾아
한화는 류현진, 안승민, 데폴라, 송창식, 양훈으로 이어지는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데폴라와 송창식이 기대에 못 미치는 구위로 이탈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4월 중반부터 장민제가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했고, 5월 초부터는 김혁민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2군에서 돌아왔다. 이후 한화 선발진은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젊은 5선발(류현진, 안승민, 양훈, 김혁민, 장민제)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한화도 총 9명의 투수가 선발 마운드에 섰다. 유창식과 윤근영이 각각 한 차례씩 선발 경험을 했다. 선발승은 18승으로 7위에 머물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한 전력 탓에 승리 자체가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에이스' 류현진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상황이다.
◆KIA, 풍족한 마운드 과시
KIA는 지금까지 총 10명의 선발투수를 경기에 투입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만큼 마운드가 풍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발승은 8개구단 최고인 무려 37승. 최하위 넥센이 기록한 13승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6선발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쓸 만한 선발 자원들이 많았다. 윤석민, 트레비스, 로페즈, 서재응, 양현종의 5인 선발에 김희걸, 곽정철이 여섯 번째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이 불안한 시기에는 서재응을 중간계투로 활용하는 여유(?)까지 보였을 정도.
차정민과 박경태가 깜짝 선발로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였고 최근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한기주가 선발 복귀전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KIA가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은 막강하고도 풍족한 선발진에 있다.
◆SK, 에이스-용병 공백 눈에 띄네
SK는 올 시즌 총 10명의 투수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을 시작한 글로버, 매그레인, 김광현, 전병두, 송은범 외에 엄정욱, 이승호(37번), 고효준, 이영욱, 윤희상이 각각 선발등판 경험을 했다.
이들 가운데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킨 투수는 글로버뿐이다. 에이스인 김광현은 1군 엔트리에서 빠진지 오래고 외국인 투수 매그레인은 퇴출당했다.
팀 순위는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선발승은 20승으로 6위에 불과하다. 선발진의 공백을 강력한 불펜으로 메워온 셈이다. 정우람, 정대현, 이승호(20번) 등의 고정 불펜투수들의 활약과 송은범, 전병두의 선발-불펜을 넘나드는 마당쇠 역할이 SK를 지탱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두산, 8개구단 최다 '벌떼 선발진'
두산은 올 시즌 총 12명의 선발투수를 경기에 내보냈다. 이는 8개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그만큼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하게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선발승은 24승으로 전체 5위.
외국인 선수 한 명이 실패한 것이 타격이 컸다. 니퍼트와 함께 선발진을 지켜줄 것이라 기대했던 라미레스는 1군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퇴출당하고 말았다. 좌완 이혜천과 이현승 역시 선발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장민익과 홍상삼을 기용해봤고 서동환과 노경은, 김승회 등도 임시로 선발 마운드에 섰지만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5월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이용찬과 새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가 지금까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이 위안거리다. '에이스' 김선우가 두산 선발진에는 햇살같은 존재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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