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제 방망이를 잡으면 어색하더라고요." 투수가 된 장영석(넥센)이 멋쩍게 웃었다.
투수 전향을 시도한 장영석은 최근 2군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방망이를 내려놓고 글러브를 잡은 지 5주만에 모든 게 바뀌었다. 이제 굳은살은 손바닥이 아닌 오른쪽 두 번째와 세 번째 손가락으로 옮겨왔다. 스스로도 신기한지 장영석은 한참 동안 굳은살을 만지작거렸다.
장영석의 아버지 장대흥(52) 씨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장영석이 젖을 떼기 전부터 포대기에 싸안고 인천 도원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열성 야구팬이다. 아들이 프로에 입단한 후에는 직접 사회인 야구단에 가입하기도 했다. 아들이 하는 일을 몸소 느끼고 싶었다. 이런 아버지의 열정 속에서 장영석의 꿈이 자랐다.
장영석의 우상은 정민태(현 넥센 투수코치)였다. 부천에서 나고 자란 장영석은 현대 홈경기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다. 정민태의 피칭을 바라보던 장영석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나도 저런 투수가 되고싶다.' 마음속에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그렇듯 장영석 역시 고교 때까지 투수와 타자를 모두 소화했다. 방망이를 잡을 때와는 달리 공을 손에 쥐면 묘한 쾌감이 있었다.
이후 꿈에 그리던 프로에 입단했고, 장영석은 186cm, 96kg의 뛰어난 신체조건 덕에 거포 내야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총 114경기에 나와 52안타 7홈런 타율 2할9리에 그쳤다. 1, 2군을 오가는 현실도 암담했다.
사실 투수 전향에 대한 생각은 입단 다음해부터 해왔다. 김성갑 코치에게 속마음을 내비쳤으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2년 후 김 코치의 도움으로 정민태 투수코치 앞에서 테스트를 받을 기회가 마련됐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장영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장영석의 공을 본 정 코치가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김시진 감독도 결국 "테스트 끝에 합격점을 주기로 했다"며 투수 전향을 승락했다. 어두웠던 터널의 끝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고민 많이 했죠. 내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니까.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고, 감독님과 코치님도 승락을 해주셨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2군 경기에 등판합니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하는 쉽지 않은 길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는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렵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금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시기잖아요"라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모습이었다.
목표는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인 정민태 코치다. "정민태 코치님 전성기 때처럼 던지고 싶어요. 목표는 높게 잡아야죠.(웃음) 코치님에게 많이 배우고 싶어요. 우상이었던 선수에게 직접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죠."
약 한 달 동안 2군 경기에 등판해 실전감각을 키운 뒤 9월에는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장영석은 "독하게 마음 먹었어요.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아요. 남들보다 2∼3배 열심히 뛰어야죠"라면서 2군 훈련장이 있는 강진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장영석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어깨도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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