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포수난에 시달렸던 SK와 넥센에 희망이 비치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허웅(SK)과 허도환(넥센)이라는 무명의 포수들이 의외로 듬직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김성근 SK 감독이 '국민포수' 박경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낙점한 정상호가 지난 3일 오른 손가락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고 말았다. 뒤를 받치던 백업 포수 최경철은 앞선 7월29일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등록이 불가능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2군 포수인 허웅을 불러올렸다. 경기 전 김 감독이 "차라리 이만수를 포수로 내보낼까"라고 말했을 정도로 포수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4일 LG전서 생애 첫 1군 무대에 선발 마스크를 쓴 허웅은 외국인 투수 고든과 호흡을 맞춰 팀을 승리로 이끌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포수 역할뿐 아니라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는 등 타선에서도 힘을 보탰다.
이후 허웅은 팀의 4연승을 이끌면서 포수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김 감독 역시 "허웅이 잘 해주고 있다"면서 그의 뜻밖의 활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넥센 포수 허도환도 비슷한 사정으로 기회를 잡았다. 주전 포수 강귀태가 부상을 당하면서 생긴 공백을 확실하게 메우며 눈도장을 받았다.
6월 1일 첫 1군 경기를 시작으로 어느새 35게임째 출장하면서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72타수 18안타 9타점 타율 2할5푼으로, 공격에서도 제몫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시련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부산고 졸업 후 2002년 2차 2번으로 현대에 입단한 허웅은 군복무 중이던 2006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등 야구를 떠난 삶을 살아봤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2008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한 뒤 2009년 SK 신고선수로 다시 입단했다.
허웅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1군 무대에 단 한 번만이라도 서보고 싶다.' 간절했던 그의 바람이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허웅은 아직도 매일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다.
허도환의 삶도 평탄치는 않았다. 2007년 두산에 입단한 허도환은 단 1경기 출장 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출되고 말았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허도환은 2군 훈련장인 강진에서 1군 진입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이후 가까스로 엔트리에 합류한 허도환은 어느덧 1군 붙박이 포수로 활약 중이다.
김동수 배터리코치는 "파이팅 넘치는 의지가 좋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허도환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간절함에서 비롯된 투지가 빛을 발하고 있다. 허웅과 허도환이 위기에 처했던 SK와 넥센의 안방에 희망을 안기면서 각자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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