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김성근 SK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구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감독은 17일 문학 삼성전을 약 1시간 앞두고 기자단을 긴급 소집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 민경삼 단장과 재계약과 관련해 논의를 했고, 결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전에 김 감독과 수 차례 만남을 가졌던 민경삼 단장도 취재진과 만나기 1시간 20분 전에 사퇴 소식을 전화로 통보받았을 정도다. 구단에 따르면 당시 민 단장은 김 감독의 사퇴 발표를 만류했다.
이후 민 단장은 취재진과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곧바로 감독실로 들어갔다. 당시 민 단장은 자초지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이후 민 단장은 구단 관계자를 통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입장 표명이 힘들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현재로서는 김 감독의 잔류가 희박해 보인다. 김 감독은 "만약 구단에서 만류한다면 재계약할 확률도 있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일은 절대 없다. 나는 고집이 세다. 안 한다면 안 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유력한 후임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만수 2군 감독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2007년 SK 수석코치로 임명된 후 김 감독과 함께 5년 동안 SK를 지켜왔다.
문제는 이 감독의 역량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코치와 감독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이 감독의 영향력은 충분히 인정한다. 레전드 올스타 투표에서 최고득표를 얻을 정도로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그러나 한 팀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SK의 팀 성적을 위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근 감독은 5년 동안 3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회의 준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후임 감독이 받을 성적에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다.
김 감독과의 재계약이 무산되면서 선수단과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선수단은 "김성근 감독은 SK 전력의 80%다. 경기에 나설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팬들의 움직임은 보다 극렬하다. 일부 팬들은 18일 문학 삼성전에서 단장, 사장단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준비 중이다.
구단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감독님과 꾸준히 대화를 나누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감독의 시즌 중 자진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SK로서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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