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박종훈 감독의 표정은 벌겋게 상기됐다. 팬들의 욕설이 간간히 들려오는 가운데 박 감독은 "팬분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응원해달라 지켜봐달라"고 사과의 말을 마무리짓고 다시 라커룸을 들어갔다. 프런트의 안색도 굳어져만 갔다.
LG는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주키치가 3.1이닝 5실점(3자책)으로 조기강판 당한 후 끝내 스코어를 뒤집지 못하고 3-5로 패했다. 우울하게도 동시에 롯데가 KIA를 잡아내고 4연승을 질주했고, 4위와 5위의 승차는 무려 4.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30승에 선착한 뒤 선두를 다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추락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팬들이 기어이 폭발했다. 14일 롯데전 후 한 차례 '청문회'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무산된 가운데 18일 경기마저 패배하면서 LG팬들은 잠실구장 중앙출입구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박종훈 나와라"고 외쳤다. 도저히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박종훈 감독은 오후 10시 30분경 팬들앞에 나섰고, 사과의 말을 전해야만 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귀가했지만 100여명에 가까운 팬들은 여전히 남아 구단 버스에 오르는 선수들을 지켜봤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욕설이 난무했고,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버스까지 이동했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팬들이 박용택의 공개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결국 박용택 역시 팬들앞에서 "죄송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사과를 했고, 와중에 "부담스럽다"는 발언을 해 현장 분위기가 한때 험악해지기도 했다.
18일밤 박종훈 감독과 선수들은 큰 곤욕을 치렀다. 끝모를 추락으로 인해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고, 이를 현실에서 체험하면서 진땀을 흘렸다. 선수들은 정신을 번쩍 차려야할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팬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이후 일정이 녹록지 않다. 롯데의 일정은 차치하더라도 LG는 당장 19일~21일 적지 대구에서 삼성과 만난다. 3연승을 내달리면서 60승(37패 2무) 고지에 선착한 삼성은 한여름 무서운 상승세로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는 팀. 하필이면 상대해야하는 7개팀 중 가장 껄끄러운 적을 만난 것이다. 게다가 상대전적 역시 4승 8패로 올 시즌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다. 첩첩산중이나 다름없다.
박종훈 감독은 팬들앞에 나서 "아직 우리에게 찬스는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로 다시 4위권으로 치고 올라서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가 연승을 달린다고 해도 롯데가 무너지지 않으면, 후반기 남은 일정 속에 다시 4위 이상을 탈환하기란 어렵다고 봐야한다.
곱지않은 시선 속에 자칫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또 다시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한다면, LG팬들은 청문회를 요구할 의욕까지 잃을 지 모른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제 아무리 열성적인 LG팬이라고 할 지라도 힘빠지는 결과다. 선수들은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경기에 임해야한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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