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생각보다 이른 복귀다. 후임자 김광수 두산 감독대행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도중에 김경문 전 감독이 야구계 복귀를 선언했다.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신임 사령탑이다.
NC 측은 지난달 31일 밤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과 계약기간 3년 등 총액 14억원에 계약한 사실을 발표했다.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 공룡과 꿈을 만나다'는 보도자료의 제목처럼 NC 구단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으로 명장의 대열에 오른 그가 '화수분 야구'로 신생팀 NC를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놀라운 점은 김경문 감독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역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다. 김 감독은 6월13일 두산 감독직 사퇴를 결정하고 감독실에서 짐을 뺐다. 이튿날 곧바로 김광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직을 물려받았고, 두산은 새 체제로 탈바꿈했다.
이후 일주일 뒤인 6월20일 김경문 감독은 단촐하게 짐을 꾸려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김 감독은 "올해 우승후보로까지 인정받았던 팀이었는데,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이다. 프로는 말로서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난 참 우승 복이 없나보다"고 언급하면서 시즌 중 사퇴 이유도 밝혔다.
당시 김 감독은 미국행이 '충전'하기 위해서임을 강조했다. 쉼없이 달려오느라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한국에 머무를 경우, 쇄도하는 취재요청 등도 피곤하고, 그저 야구를 떠나 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와중에 김 감독은 살짝 현역 복귀의 뜻도 밝혀 취재진을 놀라게 만들었다. 휴식을 취하러 가는 김 감독이 동시에 현역 복귀 의사를 전했기 때문에 다소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 감독은 "언제 프러포즈가 올 지 알 수는 없지만 내년일지, 내후년일지 기회가 있다면 돌아오겠다"고 언급하고는 출국 게이트로 들어갔다. 이는 사실상 NC가 초대감독직을 제안해올 경우,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확언한 것이다.
실제로 NC 감독설이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달 21일 김 감독이 갑작스럽게 귀국하면서부터였다. 쉬고 싶다고 떠난 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으로 귀국한 사실을 두고 야구계에서는 NC 측과의 감독 계약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시점도 25일. 이날은 2012 신인지명회의가 있던 날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경문 감독과 NC 구단이 이미 계약을 마친 후 김 감독은 미국행, NC 관계자들은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인지명회의에 참석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NC 구단은 "정규시즌을 마친 뒤 감독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0월 10일부터 예정된 선수단의 첫 가을 훈련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선임과 훈련 일정 수립 등에 1개월 정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빨리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미 김경문 감독과의 계약은 체결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김경문 감독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휴식을 취하러 미국에 가도 메이저리그를 보고 있을 지 모르겠다. 역시 나는 야구쟁이인가보다"고 껄껄 웃었다.
결과적으로 김경문 감독은 두산 감독 사퇴 후 단 79일만에 다시 팬들 앞에 현역으로 돌아온 셈이다. 쉬고 싶다던 그였지만 NC의 감독제의는 그의 의욕에 다시 불을 붙인 듯하다. 역시 야구쟁이는 야구장을 선택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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