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넥센 심수창이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필승 의지를 다질 법도 하지만 심수창은 "모든 상황을 즐기고 싶다"며 LG전 등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며칠 전만해도 "반드시 이기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던 심수창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온 것일까.
심수창은 지난 7월 31일 박병호와 함께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다. 넥센 이적 후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이었던 18연패에서 탈출하는 등 적지않은 수확을 거뒀다. 2군을 오가던 들쑥날쑥한 등판일정이 아닌 안정적인 선발 자리를 보장받고 넥센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심수창은 이적 후 8경기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14를 기록 중이다. 지난 14일 문학 SK전 이전까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내)를 기록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그는 20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이 확정된 뒤 "꼭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둥지를 옮긴 박병호가 LG전에서 12타수 2안타 타율 1할6푼7리로 부진한 바람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러나 맞대결을 하루 앞둔 19일, 심수창은 생각을 바꿨다. "내일(20일)은 즐기면서 하려고요. 그냥 허허실실로 웃으면서… 부담 없이 편하게 던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승리에 대한 욕심도 없다"고 했다. 심수창은 "당연히 승리를 따내면 좋겠지만 무리해서 욕심을 내다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심수창의 심적 변화는 팀의 최고참 송지만의 조언에서 비롯됐다. 심수창은 18일 덕아웃에서 송지만과 이야기를 나누며 "LG전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 선배의 눈에 심수창의 복잡한 생각이 감지됐다. 과한 욕심이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에 송지만은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즐기면서 해라. 네 공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서라"고 조언했다. 심수창은 "선배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솔직히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털어버렸다"며 웃었다.
앞선 등판에서의 실패도 좋은 거울이 됐다. 심수창은 지난 14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5실점(5자책)하며 조기 강판했다. 심수창은 "이전 경기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급한 마음을 먹다보니 밸런스가 깨졌다. 다시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각오를 다졌다.
결국 심수창의 '허허실실 작전'은 승리를 위해 마음을 비우겠다는 스스로의 주문이었던 셈이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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