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1회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KIA 4번타자로 나선 나지완은 1군 데뷔 첫 등판한 두산 선발 최현진으로부터 선제 만루포를 터트리며 단번에 4점을 뽑았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전환을 시도중인 KIA 선발 한기주는 초반 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5이닝을 던져 7피안타(탈삼진3개,사사구4개) 1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경기는 KIA의 8-1 승리로 꿑났다.
한기주의 선발승은 2006년 6월 11일 한화전 이후 무려 1천936일 만이다. 이날 최고구속 148km의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구사하며 87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그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KIA 마운드에 희망을 던져줬다.
그러나 내용면으로는 완벽하지 못했다. 2회 1사 이후 양의지에게 좌전안타, 손시헌에게 몸에 맞는 볼, 정수빈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종욱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간신히 불을 껐다. 3회에는 2사 이후 김동주에게 볼넷을 내준 뒤 최준석-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4회에도 역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중견수 쪽으로 가는 잘맞은 타구를 연달아 허용하며 추가실점의 위기를 맞는 등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직은 제구력이 완벽하게 뒷받침되지 않은 모습이 완연했다.
한기주의 이날 선발 맞상대는 올 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신인 최현진(19. 우완). 작년 황금사자기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유망주로 두산에 1라운드로 지명받았지만 1군 무대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최현진은 긴장감이 컸는지 1회 등판하자마자 사사구 3개를 남발하며 베이스를 꽉 채운 뒤 나지완에게 좌중월 만루홈런을 내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나지완이 이렇게 방망이로 한기주의 선발승을 도왔다면, 빠른 발과 철벽수비로 경기 초반 깜짝 도우미가 되어준 것은 신인 외야수 윤정우(23)였다. 이날 중견수 겸 8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윤정우는 올해 입단한 대졸 신인. 광주일고-원광대를 졸업하고 2011드래프트에서 KIA에 3라운드(전체24번) 지명됐는데, 대졸 우타 외야수 중에서 가장 먼저 지명을 받은 선수다.
윤정우는 빠른 발과 우수한 체격조건(188cm/85kg)을 갖춘 호타준족으로 평가 받았지만 아직 방망이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16타수 1안타(타율 6푼3리)에 머물러 있다. 이날도 4번의 타격 기회가 돌아왔지만 2개의 삼진만 기록하며 무안타로 팀 공격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1회말 그가 보여준 수비는 대단했다.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동물적인 감각과 빠른 발놀림이 이뤄낸 플레이였다. 2사 1루서 김동주가 친 안타성 타구를 윤정우가 멋지게 걷어낸 것이다. 만약 김동주의 타구가 안타가 되었다면 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선발투수라면 누구나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며 넘기 쉽지 않은 산이다. 더구나 한기주처럼 오랜 시간 마운드를 밟지 않은 경우는 1회 첫 상대하는 타자들에 대한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윤정우의 호수비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기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을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팀 마운드 운영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준 셈이다.
윤정우는 원광대 4학년이던 지난해 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했다. 작년 대학 춘계리그 결승전에서는 성균관대에게 2-3으로 끌려가던 7회 극적인 좌월 솔로 홈런을 터트려 팀의 4-3 역전승에 다리를 놓았다. 뿐만 아니라 9경기에서 무려 16개의 도루를 성공(도루실패-1개)해 14개의 이규환(현 두산)과 8개를 기록했던 고종욱(현 넥센)을 제치고 도루상을 받은 바 있다. 대학에서 한 대회 16개 도루는 전인미답의 기록이기도 하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한다. 특히 외야수의 폭넓은 수비력은 현대 야구의 기본이 되고 있다. 어느덧 정규시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 시즌 신인으로서 팀에 적응하며 경기 감각을 찾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타격에 더 매진해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는 윤정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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