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LG로서는 야속하기만 하다.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들이 도와주지를 않는다. 오히려 끝까지 발목을 붙잡고 바닥까지 끌어내리려 한다. LG의 속은 이미 새카맣게 탔다.
LG는 1일 잠실 두산전에서 1-9로 대패했다. 첫 선발 기용한 '신인왕 후보' 임찬규가 4.2이닝 5실점으로 두들겨맞았고, 화력은 두산 선발 니퍼트의 구위에 꼼짝없이 당했다. 투타에서 밀리며 속절없이 완패했다.
그 결과 이제 5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이날 6위 한화가 넥센을 11-9로 꺾으면서 승차 1게임을 단숨에 줄여 지난 4월9일 이후 175일만에 공동 5위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4강 탈락 후 갑갑하던 LG로서는 이제 마지막 자존심이던 5위 수성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LG는 올 시즌에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즌 초 30승 고지에 선착하며 최소한 포스트시즌 진출은 낙관적으로 보였지만, 후반기 끝내 침몰하면서 주저앉았다. 그 과정 속에서 팬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LG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잠실구장 주출입구에 모여 청문회를 요구했고, 박종훈 감독과 주장 박용택은 화가 난 팬들 앞에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 시즌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는 두산이 그나마 조용한(?) 시즌 매조지를 가로막고 있다. LG를 정조준하며 마지막 자존심은 차리겠다는 각오가 느껴질 정도다. 1일 LG전에서는 '용병에이스' 니퍼트를 선발로 내세웠고, 이제 2일 양 팀간 시즌 18차전에서는 '토종에이스' 김선우가 출격한다. 올 시즌 '몰락한 명가' 두산에서 유이하게 자존심을 세워준 선발 원투펀치가 LG를 정조준하고 나섰고, 이미 1일 경기서 니퍼트의 호투를 통해 한 차례는 수확을 거둔 셈이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두산뿐만이 아니다. 넥센도 LG의 발목을 틈만 나면 걸고 넘어졌다. 올 시즌 LG의 4강을 결정적으로 가로막은 팀이 바로 넥센이었다.
지난 7월19일~21일 목동 넥센 3연전서 LG는 김광삼-박현준-주키치로 이어진 선발진에 마무리 리즈까지 모조리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당시 LG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하위팀인 넥센을 상대로 4위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덜미를 잡혔고. 이것이 후반기 대추락의 시작이었다.
뿐만 아니라 8월23일~25일 열린 잠실 3연전에서도 넥센에게 모조리 패했다. LG는 9월20일 잠실경기에서 주키치의 10승투로 힘겹게나마 넥센전 6연패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었지만 이전 까먹은 승수들로 이미 4강행 꿈을 접은 뒤였다. 1일 넥센은 한화에 패함으로써 LG가 한화에 공동 5위를 내주게 했으니, 간접적으로도 LG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전적만 봐도 속이 쓰리다. 두산과는 17차전까지 치러 7승 10패, 넥센과는 최종전(19차전)까지 무려 7승 12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상위팀인 삼성(6승 10패)과 SK(8승 11패), KIA(7승 12패)에게 뒤처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LG는 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두산과 넥센에게도 된통 당한 셈이다.
이제 LG는 3일까지 두산과 경기를 치른 후 4일~6일 삼성과 페넌트레이스 및 홈 마지막 3연전을 남겨두고 있다. 시즌 막판 자칫하다가는 7위까지 추락할 지 모르는 위급상황이다. 올 시즌 LG는 '서울 친구들(?)'인 두산과 넥센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