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56) 감독은 올 시즌 선수단의 절반 이상을 물갈이했다. 새로운 팀으로의 변신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6강 언저리를 오르내렸던 인천의 팀 성적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하향곡선을 탔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일궈냈던 허 감독에게는 복귀한 K리그에서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민구단에서 뭔가 해보려던 의지도 쉽지 않았다. 튼튼한 모기업을 가진 구단과 달리 시민구단은 지자체와의 협조부터 젊은 팬들과의 거리 좁히기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설상가상 야심차게 주전으로 내세웠던 골키퍼 윤기원의 갑작스러운 자살과 K리그를 휩쓴 승부조작 파문, 시즌 중반에는 주전 공격수 유병수의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 이적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
결국, 인천은 6강에서 멀어지며 12위로 추락했다.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6강 진출은 불가능하다.
고민하던 허정무 감독은 6일 구단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평소 인터넷은 잘 하지 않았던 허 감독이지만 팬들에게 인천의 현 상황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음 속의 모든 말을 꺼낸 허 감독은 '인천 팬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의 글이 변명이나 핑계로 보일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팀의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습니다"라며 "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네시는 걱정과 질타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유쾌한 도전을 콘셉트로 인천 사령탑을 맡았던 허 감독은 내년 시즌을 위해 팬들의 응원을 바랐다. 그는 "팀을 진정으로 아끼신다면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우리팀을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내년에는 저와 우리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팀의 변화된 모습을 여러분이 직접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라고 당부의 말도 했다.
-허정무 감독의 편지 전문
<인천 팬 여러분께!>
인천 유나이티드를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감독 허정무입니다.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아 팬 여러분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무거우실 줄 알지만 여러분이 우리팀을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아껴주시는 만큼 저 또한 우리팀의 구성원이자 가족으로서 누구보다 더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립니다.
사실 저의 글이 변명이나 핑계로 보일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팀의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습니다. 프로팀 감독의 역할은 선수단을 잘 이끌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선수 각각의 퍼즐을 보기 좋게 맞추는데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팀의 성적 12위, 어떻게 보면 참 초라합니다. 우리팀을 응원해 주시며 경기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는 더없이 속상하실 만한 순위입니다. 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네시는 걱정과 질타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한 가지가 더 추가됩니다. 선수들과 그리고 팬 여러분과 팀의 비전을 제시하고 또 공유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K리그 복귀를 마음먹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맡으면서 줄곧 외쳤던 말이 도전과 꿈입니다. 물론 지금도, 앞으로도 저에게 인천이라는 팀은 도전과 꿈의 대상입니다. 올 시즌 우리팀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더 끈끈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이런 시간을 잘 이겨내어야 우리팀이 진정한 명문구단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여러분도 의심의 여지가 없으실 것입니다.
내년은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승강제 준비시즌’입니다. 우리팀이 서울, 수원과 수도권 더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저의 노력과 여러분의 성원이 시너지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번 시즌 우리에게는 3경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 3경기가 우리팀의 마지막이 아닙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게는 앞으로 프로축구사와 함께 할 수없이 많은 미래가 있습니다. 팀을 진정으로 아끼신다면 조금 더 긴호흡을 가지고 우리팀을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내년에는 저와 우리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팀의 변화된 모습을 여러분이 직접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저와 선수들에게는 무한한 힘이 된다는 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와 선수단은 올 시즌 남은경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 팬 여러분께서도 마지막 한 경기까지 힘찬 응원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인천은 저에게도 ‘자부심’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10.6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허정무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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