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이번 축구대표팀 소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은 선수는 '라이언 킹' 이동국(31, 전북 현대)이었다.
시즌 16골 15도움을 올리는 등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K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사자의 포효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컸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 역시 이동국을 위한 맞춤 전술을 준비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사자의 우렁찬 포효는 대표팀 경기에서 없었다. 이동국은 지난 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45분을 소화했고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월드컵 예선에서는 후반 35분 교체 투입되며 10분만 뛰었다. 이동국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두 경기 그라운드에 나선 시간은 55분. 이동국은 골도 도움도 올리지 못하며 침묵했다.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제대로 실력을 뽐낼 시간조차 없었다.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K리그 최고의 스타가 국가대표팀에서는 초라해졌다. 국가대표 이동국은 전북의 이동국처럼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동국과 함께 한 시간은 아름다웠다. 경기에는 고작 55분 나섰지만 그 외적인 시간, 상황에서 이동국은 대표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팀이 더욱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는 힘과 경험을 전한 것이다.
이동국은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싶었던 목표도 있었지만 더 큰 목표는 대표팀 최고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좋은 길로 이끄는 것이었다. 대표팀에 소집될 당시 이동국은 "후배들이 잘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이 목표다. 나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후배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이동국의 시간은 아름다웠다.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던졌다.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후배 박주영(아스널)과 지동원(선덜랜드)을 위해 유럽에서 뛰었던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실패를 했기에 후배들이 자신의 길을 걷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싶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UAE전에 앞서 선발 제외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후배들 챙기는 것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특히 소속팀 후배 서정진에게 이동국은 큰 힘을 실어줬다. 서정진이 선발로 출전하고 자신이 밀렸지만 후배가 잘 해내기를 바랐다. 서정진은 "(이)동국이 형이 큰 도움을 주셨다. 긴장하지 말라며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힘을 주셨다"고 말했다.
대표팀 캡틴 박주영은 "(이)동국이 형이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때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국이 형이 대표팀에서 생활하는 모습, 훈련에 임하는 태도, 훈련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후배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지금도 배우고 있다. 동국이 형의 모습은 모든 어린 선수들이 보고 있다. 동국이 형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 베테랑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본보기를 보여줬다. 이동국으로 인해 후배들은 힘을 얻었고 대표팀은 한 계단 발전할 수 있었다. UAE전이 끝난 후 이동국이 마지막으로 한 일은 후배들 하나하나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고 등을 두드려준 일이다.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쳐보이지 못해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동국은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챙겼다. 후배들을 위한 희생이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의 시간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조이뉴스24 수원=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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