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는 SK와 KIA가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죽기살기로 혈전을 벌이기를 원했다.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체력소모가 큰 상태라면, 조금이라도 더 쉽게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4차전에서 끝난 결과를 놓고 보자면 롯데에게는 그리 좋지 못하지만, 사실 아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롯데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SK다. '비룡군단'은 지난 12일 광주구장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선발 윤희상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로 8-0 완승을 거두고 부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문학 1차전에서 패하면서 걱정스런 기운이 감돌았지만, 2차전 연장전접 끝에 승리한 후 광주로 이동해 3, 4차전을 내리 쓸어담았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으로서는 1차전 패배를 딛고 최선의 결과를 거머쥔 셈이다. 4차전 내내 필승조로 등판한 정대현과 정우람, 박희수 등 핵심 계투요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들였다.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사흘을 내리 쉴 수 있어 필승조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
이 부분이 롯데에게는 찜찜한 구석이다. KIA가 좀더 분발해 14일로 예정됐던 5차전까지 끌고갔다면, SK도 모든 것을 쏟아부었을 터. 결국 어느 팀이 올라오든 기진맥진한 마운드 상태로 15일 단 하루만 쉬고 곧바로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막강화력을 보유한 롯데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롯데가 불편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미 정규시즌 막판이던 지난 4일 2위를 확정한 후 무려 11일 동안 여유롭게 지내왔다. 한화와의 마지막 3연전도 무리하지 않았고, 이후 푹 쉬면서 힘을 축적해왔다.
물론 일각에서는 경기감각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한국시리즈서 기다리는 삼성에 비하면 롯데로서는 이 정도 기간이면 실전감각 저하보다는 체력회복의 메리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롯데는 투수뿐만이 아니라 손아섭의 부상회복 시간도 벌었고, 풀타임 출장한 이대호와 전준우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안방마님' 강민호 역시 지친 몸상태를 달랬다.
롯데가 주의해야 할 것은 긴장감의 극복이다.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무너진 것도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했던 부분이 크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인 2008년~2010년까지 롯데는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단 3승만 거둬들이고 모조리 첫 관문에서 탈락했다. 당시 롯데 선수들은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8년만에 가을잔치에 참가한 2008년의 경우, 주장 조성환은 미디어데이서 목소리가 떨릴 정도였다. 이후 매년 '긴장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파이팅을 외쳤지만, 정작 경기력에서 시즌 때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는 그저 평정심과 함께 집중력만 잃지 않으면 된다. '또 탈락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으로 인한 긴장만 풀어내면 유리한 쪽은 분명히 롯데다.
공수주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SK라고 하더라도 체력면에서 롯데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선발대결에서도 밀릴 일이 없고, 유일하게 열세인 불펜대결은 완벽한 우위인 화력으로 메워내면 된다. 양승호 감독은 "KIA 타선이 너무 못쳤다"고 평가했다. 방망이를 믿지 않는 양 감독이지만, 정규시즌 막판까지 달아오른 팀 공격력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했다.
현 시점에서 롯데가 SK에게 무너질 이유는 없다. 그저 힘차게 던지고 치고 달리면 된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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