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첫 판부터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포스트시즌의 묘미를 기대했던 야구팬들의 갈증을 깨끗하게 해소해준 한 판 승부였다. 다소 싱겁게 끝났던 준플레이오프의 아쉬움을 완벽히 달래주며 가을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16일 사직구장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SK의 7-6 승리. 연장 10회초 터진 정상호의 극적인 결승 솔로포에 힘입어 SK가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는 두 번의 역전과 세 번의 동점이 펼쳐지는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양 팀을 합쳐 31안타 4홈런이 나오는 등 화끈한 타격전도 벌어졌다. 31안타는 지난 2001년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나온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안타 34개에 불과 3개 모자란 기록이다.
사실 야구팬들은 SK-KIA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싱거운 승부와 함께 화끈한 타격도 실종됐기 때문이다. 양 팀은 3차전까지 1할대 팀타율에 허덕였고, SK가 그나마 4차전에서 13개의 안타를 쳐내며 2할3푼7리까지 팀타율을 끌어올렸다. KIA는 4차전에서도 침묵하며 끝끝내 1할대 팀타율(1할8푼7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에 땀을 쥐는 접전도 펼쳐지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KIA가 1-0으로 리드하다 9회초 차일목의 만루포가 터져 5-0으로 점수차를 벌렸고, SK는 9회말 대타 최동수의 솔로포로 한 점을 추격했을 뿐이었다. SK가 0-2로 뒤지다 동점 추격을 한 후 연장 11회말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3-2 역전승을 거둔 2차전이 그나마 긴박했던 경기. 3차전은 2-0, 4차전은 8-0으로 각각 SK가 싱거운 영봉승을 따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는 1차전부터 달랐다. 경기 초반 롯데가 김주찬의 선제 솔로포 등을 앞세워 3-0으로 앞서나가자 SK가 4회초 박정권의 솔로 홈런과 연속 안타로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롯데가 4회말 전준우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앞서나가자 SK도 6회초 박진만의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SK는 7회초 안치용의 투런포를 앞세워 6-4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롯데는 SK의 불펜진을 두들기며 7회말과 8회말 각각 한 점씩을 뽑아내 6-6 동점을 만들었다. 특히 8회말에는 롯데 '간판타자' 이대호가 SK '불펜의 핵' 정대현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쳐내며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연장 10회초 터진 정상호의 결승 솔로홈런으로 SK의 7-6승리로 끝났다. 롯데도 9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를 잡았으나 손아섭이 정우람을 상대로 2루수 병살타를 치며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경기 후 SK 선수들은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롯데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총력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긴박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선수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동점과 역전도 자주 일어난다. 양 팀 응원단의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규시즌과는 다른 가을야구 특유의 매력이 있다.
SK와 롯데가 보여준 플레이오프 1차전이 바로 그랬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를 뒤집고 또 뒤집었고,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선수들의 플레이에 화답했다. 이제 겨우 1차전이 끝났다.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또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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