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가 치명적 일격을 당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패했다. 이제 운명의 2차전, 여기서 무너지면 사실상 시리즈 통과는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로서는 2차전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잡아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역전시리즈를 위해서는 '낙승'이 필요하다.
롯데는 16일 사직구장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서 6-6으로 팽팽하던 연장 10회초 부첵이 SK 정상호에게 좌월솔로포를 얻어맞아 끝내 6-7로 패했다. 더욱 아쉬운 점은 롯데가 '에이스' 장원준을 낸 상황에서 3회말까지 3-0으로 리드한 경기에서 패했다는 점이다. 이후 동점을 허용하고 역전, 재역전을 벌여가며 진땀나는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롯데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특히 6-6이던 9회말 무사 1, 3루에서 대타 손용석의 투수땅볼과 김주찬의 고의4구로 이어진 1사 만루서 손아섭의 2루수쪽 병살타는 롯데로서는 두고두고 한이 될 법한 장면이었다.
양승호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다. 어이없는 역전패로 그만 1차전 승리를 헌납한 탓이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애써 웃으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양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이날 패배는 롯데에게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데이뿐만 아니라 경기 시작 전 롯데 선수들은 "SK에게 약했지만 올해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비룡 노이로제'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2007년부터 이어온 약세를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만큼은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규시즌 중이던 지난 9월9일 문학에서 대역전패(8-1에서 9-10으로 패했다)를 당한 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덜미를 잡히면서 롯데 선수들은 이제 SK의 빨간 유니폼만 봐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생겼다.
특히 투수총력전을 펼치고도 패한 점이 뼈아프다. 이날 롯데는 선발 장원준에 이어 임경완, 고원준, 이재곤, 강영식, 부첵까지, 마무리투수 김사율을 제외한 불펜진을 모두 쏟아부었다. SK 역시 선발 김광현을 포함해 6명의 투수를 투입했고, 양 팀은 상황에 따라 투수를 교체하면서 전력투구를 펼쳤다. 김사율을 아꼈다는 점은 위안거리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첫판에서 패배를 떠안으며 향후 계투진 운용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롯데가 1차전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차전 낙승밖에 없다. 선발 송승준이 가을야구에서 처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호투를 해주고, 화력은 전일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SK 선발 고든을 두들겨야 한다. 초반부터 점수를 벌려 손쉽게 승부를 결정지어야 팀 기세를 회복하며 1차전 패배의 기억을 말끔히 씻을 수 있다. 또 접전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겨도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고, 만에 하나 무너지면 한국시리즈 진출은 묘연해진다.
지난해까지 총 27회의 플레이오프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무려 20회에 달한다. 확률상으로는 74%에 이르는 수치다. 게다가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지도자들은 "박빙의 상황이었을 때 패하면, 팀 분위기는 최악이 된다. 수습할 수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롯데는 1차전 패배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이를 메워내고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2차전에서 가뿐히 승리해야 한다. 송승준의 호투와 화력의 초반 폭발은 양승호 감독과 롯데팬이 너무나 바라는 바다.
조이뉴스24 사직=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