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가 무너지지 않았다. 접전 상황에서 잠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악몽의 재연은 없었다. 올 가을 롯데는 분명히 지난 3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롯데는 20일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2-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롯데는 속이 바짝바짝 타는 경기를 펼쳤다. 살얼음판 리드였고, SK의 뒷심을 감안하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스코어였기에 경기 내내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특히 이날 패하면 그대로 가을야구를 마감해야 하는 벼랑 끝 상황이었고, 지켜보는 양승호 감독이나 롯데팬들은 매 이닝 가슴을 졸여야 했다.
결론은 롯데가 이겼다는 것이다. 4회말 1사 후 선발 부첵을 한 박자 빨리 내리고 장원준을 조기 구원투입한 것이 최고의 투수교체 타이밍이었고, 이후 임경완과 김사율의 등판 시기도 나쁘지 않았다. 김사율은 9회말 2사 후 2명의 주자를 내보내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시즌 20세이브 클로저답게 끝내 실점없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올해 플레이오프서 롯데는 지난 3년간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실책에서만큼은 놀라운 정도다. 4경기에서 단 한 개도 범하지 않았다.
롯데는 올 시즌 106개의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하면서 8개 구단 중 불명예 1위에 올랐다. 게다가 전체 야수들 중 3루수 황재균(22개)은 실책 공동 1위, 유격수 문규현(16개)은 4위, 포수 강민호(15개)는 5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실책에서는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는 동안 롯데 수비는 완벽한 그물망을 구축하면서 SK의 흔들기를 모조리 막아냈다. 특히 3루수 황재균은 2차전 두 차례의 그림같은 러닝스로를 비롯해 시리즈 내내 입이 딱 벌어지는 호수비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고, 유격수 문규현도 까다로운 타구 처리나 매끄러운 중계플레이 등 안정된 수비의 극치를 보여줬다. 간혹 실책이 나올 법한 장면도 있었지만, 수비수들간 호흡으로 조그만 틈도 보여주지 않아 지켜보는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포수 강민호는 안정된 투수리드와 함께 도루 저지 능력으로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양승호 감독은 시리즈 내내 공격적인 수비를 주문했다. 양 감독은 "큰 경기에서는 실책 하나로 승부가 갈린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좀 더 높이자'고 주문했다"며 "수비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위축되는 순간 (실책이) 튀어나온다. 잡으러 달려나가야 하는데 기다리다가 무너지는 것이다"고 실책에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사령탑의 당부 때문인지, 롯데 선수들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시도하는 작전과 투수교체의 치열한 수싸움 속에서 무실책 수비야야말로 SK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핵심요소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전 롯데가 접전에서 무너질 때는 항상 실책이 그 시발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올 가을 롯데는 수비에서만큼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의 가을야구에 탄탄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어이없이 무너지지만 않아도 롯데는 항상 유리하다. 아무리 침체됐더라도 롯데의 공격력은 리그 최고이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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