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은 SK에 2-0 승리를 거뒀다. 4회말 신명철이 2사 1,2루에서 SK 선발 고효준의 7구를 공략, 좌중월 2타점 2루타를 날린 것이 삼성에 시리즈 첫 승을 안겨줬다.
매티스와 고효준이 각각 선발로 출격한 가운데 사실 초반 흐름은 SK가 가져갈 기회가 많았다. 1회초 톱타자 정근우가 가볍게 안타로 출루했고, 2회에도 선두타자 안치용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매티스는 주자를 내보낸 이후 오히려 안정된 피칭 내용으로 후속타를 막아냈다.
반면에 고효준은 3회까지는 범타 퍼레이드를 벌이며 좋은 출발을 보이는 듯했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부터는 구질을 파악한 삼성 타자들에게 무너졌다. 4회말 최형우에게 2루타, 강봉규에게 몸에 맞는 볼로 주자를 내보낸 뒤 신명철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 2실점한 후 마운드를 고든에게 넘겨줘야 했다.
삼성은 2-0으로 리드를 잡기 시작하면서 과감히 선발 매티스 대신 차우찬 구원 카드를 뽑아들었고 이는 100% 성공했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차우찬은 최고 148km에 이른 빠른 공을 결정구로 삼아 공격적인 피칭을 하며 4회까지 4안타를 쳐내고 있던 SK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3이닝 동안 딱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삼진 5개를 솎아내는 무결점 피칭을 선보였다. 1차전 승리투수는 차우찬의 몫으로 돌아갔다.
결승타를 기록한 신명철과 구원으로 3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친 차우찬, 둘은 나란히 1차전 승리의 주역이었지만 경기 MVP는 차우찬에게 돌아갔다.
"괜찮아요. 제가 연봉이 더 높으니까 양보해야죠. 오늘 (차)우찬이 볼 진짜 최고였잖아요. 받을 만해요."
경기종료 후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잠시 대기상태였던 신명철은 MVP로 뽑히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던 차우찬은 "전 (신)명철이 형이 받을 줄 알았는데…"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차우찬은 승리의 여운이 가라앉지 않은 듯 두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신명철은 첫 타석이었던 2회말에는 고효준의 2구째를 받아쳤는데 이 타구도 매서웠다. 비록 우익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긴 했지만 팀 내 타자 중에서는 가장 좋은 방망이 감을 선보였다. 마침내 4회말 자신 앞에 놓인 찬스를 놓치지 않으며 저력을 발휘, 귀중한 선제 결승점을 이끌었다.
"연봉 깎이지 않으려고 집중했죠. 박정권(SK)이가 '미스터 옥토버'로 불리던데, 이제 그 닉네임을 제가 찾아와야죠.(웃음)"
신명철은 2008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펄펄 날았던 전직 '가을 사나이' 출신. 당시 6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삼성이 아쉽게 패했는데, 신명철은 26타수 9안타 4타점 타율 3할9푼1리를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9개의 안타 가운데 6개가 2루타였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른바 '미친 선수'의 면모를 보였던 신명철은 3년 전 모드로 되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타격감이 좋아 무슨 볼이든 자신 있었어요. 올 시즌 부진했는데 이번에 만회해야죠."
신명철은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부진했다.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리에 그쳤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정규시즌 성적은 그저 과거의 기록일 뿐, 현재 컨디션이 중요하다.
3년 전 플레이오프에서의 좋은 기억을 품고 있는 그는 1차전 MVP를 후배에게 넘겨준 것에 대해 전혀 아쉽지 않다며 한 차원 높은 목표를 단 한마디로 드러냈다. "한국시리즈 MVP 해야죠."
진정한 가을사나이 '미스터 옥토버'를 노리는 신명철의 앞으로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한국시리즈의 흥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조이뉴스24 대구=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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