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포스트시즌이 끝난 다음날 정상호(SK)는 결국 감기몸살에 걸렸다. 미세한 몸살 기운이 있긴 했지만 워낙 중요한 경기를 치르고 있어 감기에 걸릴 여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10월 31일 마지막 경기가 된 한국시리즈 5차전을 치른 뒤 거짓말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상호는 "긴장이 풀리니까 이제서야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SK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포수 정상호의 재발견이다. 정상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4경기를 홀로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키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정상호 역시 "값진 경험을 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게 기쁘다. 나를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SK는 준플레이오프서 KIA에 3승1패로 앞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롯데와 만나서는 승패를 주고받다 마지막 5차전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3승2패의 성적으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 탓에 한국시리즈서는 삼성을 넘지 못하고 1승4패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정상호가 꼽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전경기가 모두 기억에 남는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열심히 했지만 2등에 그쳤다는 것이다. 선수들 모두 이를 악물고 뛰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시즌 중 감독 교체, 선발진 공백 등의 악재 속에서도 준우승을 일궜다는 성과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SK가 아닌 상대팀이 더 우세하다는 평가가 승부욕을 자극시켰다"고 밝힌 정상호는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어렵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끝까지 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SK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SK로선 김광현의 부진이 아쉬웠다. 김광현은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2패 평균자책점 6.57을 기록했다. 매 경기 에이스의 부활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김광현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3실점으로 강판당하면서 SK도 반격의 힘을 잃었다. 배터리를 이뤄 김광현과 호흡을 맞춘 정상호의 마음은 무거웠다. "포수는 투수의 생각까지 읽어내야 한다. (김)광현이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내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다. '이게 어려운 거구나' 혼자 생각했다."
포스트시즌 종료 후 이만수 SK 감독은 가장 고마운 선수로 정상호를 꼽았다. 완전치 않은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모두 책임진 의지를 칭찬했다. 이에 정상호는 "다른 선수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아프다고 빠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쓰러지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쓰러지자.' 그 심정으로 뛰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SK는 오는 8일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마무리 훈련을 떠난다. 정상호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정규시즌 1위를 위해 또 달린다"는 새로운 각오를 내비쳤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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