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류중일, 초보 감독 신기원

[정명의기자] 부임 첫 해 이룰 것을 다 이뤘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아시아시리즈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한국팀 사상 첫 우승이다. 류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올랐다. 말 그대로 '초보 감독'이다. 그러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에 이어 아시아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랐다.

벌써 3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평생 하나 차지하기도 어려운 우승컵을 부임 1년만에 3개나 쓸어담았다. 특히, 지금껏 아무도 차지하지 못했던 아시아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삼성의 이번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한국팀이 다섯 번째 도전만에 이뤄낸 결과다. 2005년과 2006년 선동열 감독이 삼성을 이끌고, 2007년과 2008년에는 김성근 감독이 SK 소속으로 아시아시리즈에 나섰으나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류 감독이 대신 이뤄낸 것이다.

WBC, 올림픽 등에서 일본을 꺾었던 한국이지만 아시아시리즈에서만큼은 일본을 넘기가 힘들었다. 상위 레벨 선수들을 모아 놓은 대표팀은 경쟁력이 있지만 아직 단일 구단으로 일본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평가였다.

하지만 류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타선의 집중력과 특유의 견고한 마운드를 내세워 소프트뱅크를 꺾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은 예선에서는 0-9로 참패를 당했지만,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진짜 승부'에서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용병술도 빛났다. 1회말 수비에서 우익수 박한이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자 정형식을 대수비로 기용했다. 경험 면에서 앞서는 이영욱이 교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류 감독의 이제 스무살인 입단 3년차 정형식을 그라운드로 내세웠다.

정형식은 5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적재적소에 이루어지는 선수 기용이 결국 우승으로까지 어이진 것이다.

혹자는 류 감독의 업적을 전임 선동열 감독이 만들어 놓은 배경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누구도 이루지 못한 아시아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초보 감독으로 한 시즌 3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앞으로 쉽게 나오지 못할 기록이다.

선수들과 편안히 소통하는 '형님 리더쉽'으로 선수단을 원활히 이끌고 있는 류중일 감독. 초보답지 않은 초보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의 새역사를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