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2011 시즌을 되돌아보면 이재곤(롯데)에게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기대에 못미친 과정과 결과를 보면 씁쓸하다. 평소 숫기 없고 말수가 적은 이재곤의 목소리는 올 한 해 더욱 기어들어갔다. 시즌 후 마무리훈련까지 모두 끝난 요즘 들어서야 조금씩 당당함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주형광 투수코치가 꼽는 내년 시즌 부활 0순위 인물이 바로 이재곤이다.
이재곤은 사직초-사직중-경남고를 졸업하고 2007년 롯데에 입단 한 우완 사이드암이다. 입단 후 경찰청에 입대해 2010 시즌을 앞두고 전역해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로이스터 감독의 눈에 띄어 곧바로 1군에 합류했고, 지난해 22경기서 8승 3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하는 수준급 피칭으로 붕괴된 롯데 선발진에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때문에 2011 시즌을 앞두고 이재곤은 신임 양승호 감독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당당히 5선발로 개막을 맞았고, 올해는 당연히 10승 투수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이재곤은 결과적으로 심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39경기서 3승 5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6.35가 올 한 해 그가 거둔 초라한 성적이다.
이재곤은 4월3일 시즌 첫 등판이었던 한화전에서 4.1이닝 2실점투로 패전투수가 된 후 좀처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개막 후 4차례 연속 선발등판에서 3패만 당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4월말 2군으로 내려갔고, 복귀 후 계투요원으로 보직을 바꿨지만 역시 6월 중순 다시 2군행 짐을 꾸려야만 했다.
반짝 부활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8월, 14경기서 16.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해 자존심을 세우는가 했다. 그렇지만 이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한 이재곤은 9월 들며 다시 얻어맞기 일쑤였고, 9경기서 평균자책점 14.14를 기록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재곤은 그렇게 불완전연소한 채 2011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SK와의 플레이오프서도 3경기 2이닝 2피안타 2사사구로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하지 못했다.
이재곤은 2012 시즌 롯데의 핵심 투수로 성장해줘야 할 선수다. 선발요원까지 가능한 그가 어느 보직에서든 제 몫을 다해준다면, 양승호 감독으로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든든함을 얻을 수 있다. 올 시즌 내내 이재곤의 부진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양 감독이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이재곤의 올 시즌 부진의 원인을 멘탈의 붕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즌 초반 자신감 상실이 너무 큰 데미지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 코치는 "구위보다는 멘탈이 문제였다. 올 겨울에는 우리가 그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곤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싱긋 웃으며 부활을 다짐했다.
2012 시즌 롯데는 15승 좌완에이스 장원준의 군입대와 불펜의 핵 임경완의 FA 이적으로 인해 마운드의 힘이 약화될 전망이다. SK로부터 작은 이승호를 FA 영입하고 2차 드래프트로 뽑은 김성배, 박동욱이 가세했지만 이들의 활약은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롯데에는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재곤으로서는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다음 시즌이기도 하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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