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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최강희 감독다운 '아름다운 선택'


[최용재기자] 모든 축구인들에게 월드컵 본선 무대는 '꿈'이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다. 최고의 대회인 만큼 최고의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그 영광을 얻기 위해 축구인들은 인생을 건다. 그렇기에 월드컵 참가의 영예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대륙별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 또 가장 축구를 잘 아는 지도자 등 선택된 자들의 무대다.

그나마 선수들에게는 월드컵 출전을 꿈꿀 기회가 많은 편이다. 베스트 11명이 있고, 리저브 멤버까지 20명이 넘는 출전국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단 한 명이다. 선수들보다 기회가 훨씬 적다. 그야말로 감독들에게 월드컵은 선수들 이상으로 서기 힘든 꿈의 무대다.

이런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평생에 한 번 올지 모르는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단번에 그 꿈을 놓아버리겠다고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강희 감독이 그랬다. 최강희 감독은 누구나 원하는, 서로 잡으려 하고 놓지 않으려는 월드컵 본선 감독 가능성을 일말의 고민이나 미련도 없이 손에서 놓아버렸다.

최 감독은 22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의 대표팀 계약기간은 2013년 6월까지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가더라도 내가 본선 감독을 맡는 것은 사양했다. 이 조건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대표팀 감독직을 거부할 것"이라며 파격적인 선택을 했음을 밝혔다.

한국은 내년 2월29일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와 비기기만 해도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면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90% 이상 확신이 있다. 지금까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최 감독이 계속 대표팀 감독직을 지킨다면 월드컵 본선 참가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왜, 최 감독은 굴러들어온 복을 찼을까. 전북 현대에 대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전북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7년간 몸담았던 전북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일주일 전까지는 내가 전북을 떠난다는 생각을 1%도 하지 않았다. 구단과 장기계약에 합의한 상태였다. 떠나게 된다면 전북 선수들, 팬들과 한 약속에 등을 지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는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고사했다"며 힘든 결정 과정이었음을 밝혔다.

그런데 최 감독은 전북을 떠났다. 한국 축구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모른 척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한국 축구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만 했다. 책임감이 그를 대표팀 감독으로 이끌었다.

잠시 전북을 떠나게 됐지만 최 감독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전북으로 돌아간다는 약속. 최 감독에게는 대표팀의 발전만큼 중요한 약속이다. 최 감독은 "최종예선이 끝난 후 나는 전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의 소망이다. 전북에도 요청한 상태다"라며 한국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다음에는 꼭 전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최 감독은 월드컵 본선은 자신보다 더 능력 있는 감독에게 양보하려 한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한국 축구의 대승적인 발전을 위해 최 감독은 스스로를 낮춘 것이다.

최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에 월드컵 본선은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한다. 한국 축구가 본선에 갔을 때 더 큰 발전과 성과를 내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월드컵 본선은 외국인 감독이 돼야 한다"고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을 경우 영광의 무대에 서는 것은 차기 감독에게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희생과 양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약속. 선수들과 대화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따뜻함. 또 오직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소신을 지키겠다고 하는 최강희 감독.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그다.

최강희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과 결단은 참 최강희 감독다운 '아름다운 선택'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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