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철인' 이영표(34)는 이번 달 초 입단을 확정한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행보는 '축구 행정가'가 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영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퇴를 하면 영국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며 "영국은 축구산업이 가장 발전한 곳인데 공부하는 분들이 미국을 추천했다"라고 프로스포츠 시장이 큰 미국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며 다양한 공부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축구 행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재정 및 행정, 기술 지원 등 분야별 전문화가 이뤄져 구단 운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축구가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 주역들이 대거 지도자로 변신한 것과 달리 축구 행정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에서 얻은 해답이라는 것이다.
축구인들은 이영표의 행정가 꿈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김호 전 대전 시티즌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행정인데 이영표를 잘 육성해 국제무대에 내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국제적인 감각이 있고 언변도 화려하다. 경험도 풍부하고 개인적인 신념도 강한 선수인 만큼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행정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축구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발언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영표는 최근 축구대표팀을 놓고 대한축구협회가 벌인 일련의 소동에 대해서도 분명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대표팀 감독의 안전한 임기 보장 문제를 화두로 던지며 "(잦은 감독 교체는) 과거의 사례를 봐도 도움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라고 분석한 뒤 지원 역할인 기술위원회에 대해 "유소년을 비롯해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한 조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영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K리그 A구단의 B감독은 "한국 축구 문화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문제점이 있어도 뒤로 숨어서 이야기하지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행정을 하려면 주요 현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분명해야 하는데 최근의 이영표를 보면 소신 발언으로 이슈메이커가 되고 있다.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영표의 행정가 성장은 축구협회와 함께해야 한다. 발언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인연으로 뭉친 축구계를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할 필요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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