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선수단 체력테스트가 열린 10일. 한 베테랑 투수는 긴장한 듯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윗몸일으키기, 50m 달리기, 4천m 달리기 등 모든 종목을 소화한 이 선수는 초조하게 다음날 발표될 스프링캠프 명단을 기다렸다. LG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게 되는 이대환 이야기다.
이대환은 다음날 훈련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투수 16명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속으로 '너무 적게 가는데'라며 자신이 탈락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이대환의 이름은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이대환은 계획대로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김기태 감독은 체력테스트 결과를 보고 스프링캠프 명단을 확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비시즌 휴식 기간 동안 얼마나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했는지 알아보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의 공언대로 박현준, 우규민, 유원상 등 주전급 투수들이 테스트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하고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대환은 테스트 준비를 열심히 했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불안감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이대환은 "테스트가 있다는 생각에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테스트를 위해 체중 감량도 했다. (캠프에) 갈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환은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 넷, 어느새 베테랑 선수가 됐다. 지난해 넥센에서 LG로 이적한 뒤 16경기에 나와 21.1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했다. 주로 패전처리의 임무였고, 등판 기회도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처지였다.
올 시즌은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2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대환은 2005년 5승을 따낸 것을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은 데뷔 후 10년이 지난 시즌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이대환은 "홀드도 몇 개 하고 싶고, 필승조에도 들어가고 싶지만 일단은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며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롤 모델도 있다. 넥센에서 함께 뛰다가 LG에서 다시 만난 이상열과, 한화의 박정진이다. 두 선수 모두 늦은 나이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이대환은 "(이)상열이 형도 잘 되지 않았나. FA 계약도 하고. (박)정진이 형도 2년 동안 잘 했고"라며 "그런 형들을 롤모델로 하고 있다. 형들을 보며 나도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는다"고 웃음을 보였다.
데뷔 이후 10년이 지났다. 이대환이 프로에 첫 발을 내딛던 2002년 LG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LG는 한 번도 가을무대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 이대환 역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은 이대환도 LG도 마찬가지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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