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감독 생활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감독 데뷔 이래 닷새 동안이나 자율 훈련에 내맡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본 고지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고양 원더스는 최근 이색 훈련을 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봤다. 칭찬도, 조언도 오가지 않았다. "코치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했다. 나도 가만히 보기만 했다. 선수들이 어떤 생각으로 훈련하는지, 어느 정도의 사고력을 가졌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원더스 선수들은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닷새 동안 자율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지켜본 김 감독은 "해결책이 나왔다"면서 흐뭇해했다.
'물음표'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아이들이 헤매는 것 같았다. 내 수준과 선수들 수준, 코치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실시한 자율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이 정도의 생각과 실력을 갖추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김 감독은 "나도 그렇고, 선수들 자신도 문제점을 찾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일 전주 캠프를 시작으로 훈련한 지 꼬박 두 달이 됐다. 김 감독은 "두 달치고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 달 전 선수들을 처음 봤을 때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야구를 하나?' 그 정도는 됐다.(웃음) 이 훈련을 따라왔다는 자체가 대단한 거다. 프로도 힘들 정도의 훈련을 강행했는데, 생각보다 잘 해줬다."
김 감독은 훈련 두 달째 막바지에 선수들에게 '자유'를 줬다. 그동안의 훈련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어렵게 결심한 자율 훈련의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우려를 씻어낸 김 감독의 목소리는 밝았다. "우리(코칭스태프)가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지, 선수들이 올라와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아이들을 한 명씩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
전력을 제대로 확인한 원더스는 다시 달린다. 휴식일인 3일에도 추가 훈련을 원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김 감독은 "아이들의 방향을 알았다. 의미 있는 훈련이었다. 이제 해결책을 제시해줘야지. 5일을 놀았는데"라며 허허 웃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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