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를 두고 '화수분 야구'라고 한다. 내부에서 선수들을 끊임없이 키워내는 야구다. 바꿔 말하면 팀 리빌딩이 중단없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두산은 젊다. 마인드도 그렇지만 육체적인 나이도 가장 젊다.
두산은 신생팀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어린 팀이다. 평균 연령 25.9세로 평균연령 최고령 구단인 SK(28.4세)보다 2살 이상 젊다. 자연스럽게 평균 연차(6.9년, 신인과 외국인 제외)도 가장 짧다. 이 부문 1위 SK(9.4년)는 거의 10년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가장 어린 팀(25.3세)이었다.
두산이 젊은 이유가 뭘까. 야구계에선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본다. 고액 연봉의 외부 FA 영입이 어려운 만큼 내부에서 자원을 발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니 신인 및 2군 선수들을 주목하게 됐고 이들에게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리빌딩은 사실 양날의 칼이다. 자칫하면 '만년 하위'에 머물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고무적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픔을 겪긴 했지만 두산은 최근 가을 잔치의 단골 손님이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선순환이 이어진다. 항상 예비 전력이 대기하고 있으니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부진하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자기 자리를 빼앗기기 십상이다. 김현수, 최준석, 이종욱, 손시헌 등이 이런 방식을 통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한때는 이런 '무한 경쟁' 시스템이 역효과도 났다. 고참부터 신인까지 1년 내내 스트레스를 받으니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이 스스로 물러난 지난해 초반의 사건도 결국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폭발한 결과였다.
한 번 시행착오를 겪은 두산은 분위기 일신에 주력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을 옥죄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애리조나 피오리아 전지훈련에서도 선수들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한다. 훈련량이 줄어든 건 없지만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다그치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고참부터 갓 입단한 신인까지 모두가 알아서 자기 일에 전념한다.
지난해 5위에 그친 두산이 현실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투·타의 밸런스 조화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선이 침묵하고, 타선이 터지면 마운드가 무너지는 패턴을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자면 한때 리그 최고 수준이었던 불펜 재건이 시급하다. 다행히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스캇 프록터의 가세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타선의 득점력 강화도 시급하다.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간판 타자 김현수가 제 모습을 찾고, 김동주가 꾸준한 모습을 이어준다면 꽤 힘이 될 것이라고 구단 안팎에선 기대한다.
김 감독은 두산의 현 전력을 4위권 수준으로 보고 있다. 상위권 팀들과 아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위권에 처진 LG와 한화 등도 칼을 갈고 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이 예고되고 있다.
화수분은 물건을 넣어두면 아무리 꺼내 써도 그 양이 줄어들지 않는 단지를 뜻한다. 두산의 화수분엔 '젊음과 도전'이 담겨 있다. 이들이 쏟아낼 젊음의 향연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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