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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의 달인' 노병준이 생각하는 포항 우승 비법


[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특급 조커' 노병준(33)의 외모는 개성이 철철 넘친다. 서글서글한 미소에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 서른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지만 밤송이 머리를 고수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밤송이 머리에는 다 이유가 있다. 3남매의 아빠인 노병준은 늘 훈련과 경기로 육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육아와 관련한 모든 일은 부인의 몫이기에, 그는 그저 두 아들의 머리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해 어디서든 자식 생각을 하며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포항의 홈구장 스틸야드에서는 밤송이 머리를 한 그의 두 아들이 관중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무게를 잡지 않고 가볍게 자신을 보여주는 노병준은 후배들 앞에서도 '카리스마 없는(?)' 선배로 통한다.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으로 후배들을 품는다. 카리스마 담당은 황지수(31), 김태수(31) 등 한 인상 하는 이들의 몫이다.

최선참의 이런 격의없음은 포항을 이끄는 힘 중 하나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제각기 맡은 임무에 충실하다 보니 팀이 문제없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간다. 노병준도 '선발 출전 좀 시켜주십시오'라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조커' 임무에 만족해하고 있다.

사실 노병준이 스스로 조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프로 데뷔팀 전남 드래곤즈에서 그의 입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2006년 오스트리아 그라츠AK 이적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전남과 이적료 분쟁이 불거진데다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나 6경기만 뛰고 국내로 돌아왔지만 팀이 없어 무적 신세로 세월을 보냈다. 점점 드는 나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바로 포항이었다. 단맛 쓴맛 다 보며 밑바닥까지 경험했던 그의 합류로 포항은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었고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노병준은 알 이티하드와 결승전에서 프리킥 골을 넣으며 큰 경기에 강한 남자임을 알려줬다.

그는 "꼭 조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선발로 나가면 선발의 몫이 있고 조커는 조커의 몫이 있듯이 주어진 상황과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늘 준비된 선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무관에 그친 포항을 바라보며 황선홍 감독에게 가장 미안했다는 노병준은 "전북 현대와 챔피언결정전에 우리가 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와 상대했다면 전북이 쉽게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경기가 됐을 것이다"라며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노병준은 포항이 우승권에 들기 위해서는 강, 약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승점을 골고루 뺏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팀이 포항에 승점을 주는 팀은 아니다. 그들을 잡지 못하면 결국 우승도 없는 것이다"라며 혼신의 힘을 발휘하는 팀에게 승점 3점이 허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희생정신'은 우승이라는 성과물을 얻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는 "베스트11도 중요하지만 더블스쿼드의 한 축인 또 다른 11명도 잘해야 한다. 그들이 올해 농사의 포인트"라며 모나지 않도록 서로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은 올해 정규리그 44경기에 FA컵 최대 5경기, 챔피언스리그 13경기 등 60경기 이상을 치러야 한다. 욕심내지 않아도 누구나 20경기 이상은 출전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노병준은 올 동계훈련부터 동래고 졸업 이후 덮어두었던 '축구일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정확히 따지자면 장기적인 축구 인생의 설계에 들어갔다. 새로운 축구를 시작하는 노병준은 "내가 아닌 우리가 팀을 하나로 이끈다. 개인에 취하면 조직은 망가진다"라며 자신을 버릴 때 진정한 성과가 나온다며 포항의 장밋빛 시즌을 바랐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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