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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컨설턴트'의 강원FC 바로보기


[이성필기자] 프로 새내기 때는 밤늦게 라면도 끓여먹고 술도 마셔봤다.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했는데, 베테랑이 되고 결혼해 아버지가 되면서 달라졌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진정한 프로로 거듭났다. '낮은 리더십'으로 강원FC 살리기에 나선 주장 김은중(33)의 이야기다.

김은중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해 시즌 후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벗고 강원에 입단했다. 특별한 연고는 없지만 꼴찌 강원을 살리는데 앞장서기 위해 스스로 이적을 자청했다.

이적 후 김상호 강원 감독은 김은중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미 제주에서 주장을 맡아 자애로운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그의 능력을 믿은 주장 선임이었다.

1997년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창단과 함께 프로에 입문한 김은중은 2004년 FC서울, 2009년 창사 진더(중국),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 등 이번 강원을 포함해 다섯 구단을 거치며 큰 경험을 쌓았다. 이런 풍부한 경력를 토대로 강원에서는 선수단의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꼴찌 강원을 변화시키는 것, 선수단 컨설턴트를 자임한 김은중은 강원에 승리의 희열을 느끼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 시절에는 매 경기 이기다 보니 희열이 없었다. 그래서 제주로 옮겨서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제주는 2009년 15개 구단 중 14위로 바닥에 있었다. 김은중은 제주의 변화를 이끌었고 박경훈 감독의 '돌'처럼 단단하고 '바람'처럼 빠르며 '여자'처럼 아름다운 이른바 '삼다 축구'를 그라운드에 심으며 이듬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강원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한 그는 "약팀은 이겨야 할 경기에서 못 이긴다. 추가시간에 꼭 실점하며 비긴다. 그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팀 사기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강원이 승점 관리만 잘했어도 하위권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골탈태가 시급한 강원의 리더로 나선 김은중은 선수들과 거리 좁히기로 팀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2004년 결혼 후 상대를 더 생각하는 남자로 바뀐 그는 후배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장난을 치는 등 격의 없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뭐든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소통이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축구게임은 동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결혼 후 축구게임을 접었던 김은중은 선수들과의 교감을 위해 게임기 패드를 다시 집어들었다. 실력이 녹슬지 않았는지 최대 14살 차이 나는 막내급 선수를 쉽게 꺾는다. 오죽하면 "야, 형이 이렇게 이겨야겠냐"라며 거드름을 피울 정도라고.

일대일 커피 상담도 있다. 중국 쿤밍과 제주도 전지훈련 동안 커피 마니아인 김은중은 후배 선수들을 한 명씩 불러내 지루한 전지훈련 생활과 개인사 등을 들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커피 한 잔으로 한 시간은 거뜬히 보낼 수 있다.

두루두루 선수들을 관찰한 뒤 김은중이 내린 결론은 '자신감 상승'이었다. 그는 "팀이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 아직까지 팀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해보려는 게 보인다. 강등 후보군이라는 외부의 지적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컨설턴트가 된 김은중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조직력 축구가 강원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리버풀이 강한 것은 특정 개인이 아닌 조직력이 강해서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은중은 야구영화 '머니볼'을 본 뒤 구단 프런트의 역할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선수 출신의 프런트는 선수단을 더 잘 알 것 같고 구단 운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라며 현역 생활 마무리 뒤 다양한 진로 중 하나로 프런트로 일하는 것을 꼽았다.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린 선수가 많아 프로의식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는 "요즘 어린 친구들은 프로에 온 뒤 거기에 만족하려는 것 같다. 진짜 프로는 프로라는 마음만 갖는 게 아니라 자세로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곳을 보지 않고 오직 축구만 생각해야 한다. 서울 시절 이청용, 기성용이 딱 그랬던 것 같다"라며 후배들이 아마추어같은 생각을 버리기를 바랐다.

스스로 진단도 아끼지 않았다. 강원에 온 것 자체가 도전이라는 그는 "과거의 대전이야 워낙 어려웠고 서울이나 제주는 여건이 좋았다. 강원은 정말 새로운 팀이다"라고 느낌을 전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김은중의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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