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소문만 무성하다. 누가 어쨌다고 하더라는 식이다. 일부 선수들의 이름도 흘러 나온다. 대표급 선수까지 연루됐다는 얘기에는 귀가 솔깃해진다. 물론 구체적인 정황이나 물증은 없다. 하나같이 '카더라'다. 출처를 알 수도 없다.
프로야구가 승부조작(경기조작) 괴담에 떨고 있다. 근거 없는 추측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범경기를 한 달여 앞두고 흥은 커녕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심지어 '수사를 한다 안한다'는 얘기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밑도 끝도 없는 설 설 설…
"설마 걔가 그랬겠어?" "진짜라던데. 이쪽 분야 '선수'들에겐 빠삭한 얘기래." 요즘 야구계 이곳저곳에서 쉽게 들리는 말이다. 선수 아무개가 아무개와 결탁해 보이지 않게 경기를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근거는 물론 없고, 출처도 알 수 없다. 그저 "그랬더라"는 말뿐이다.
이 와중에 일부 선수들의 실명까지 공개됐다.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범죄자로 간주하지 않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찾아볼 수 없다.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와 해당 구단은 벙어리 냉가슴 앓기을 넘어 환멸을 토로한다.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다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미온적인 검찰, 의혹 부추겨
사태가 악화된 데에는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 몫했다. 프로배구 선수들의 비리를 수사하던 와중에 브로커의 '전해들은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부 야구 선수들도 '검은 손'에 포섭됐다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700만 관중을 바라보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를 믿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의혹이 불거졌고,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소문의 진원지'처럼 된 검찰은 입장이 애매하다. 비리가 적발됐으면 엄정하게 수사하면 그만이다. 그럴 상황이 아니면 내부 첩보로 보관하고 보안을 유지했어야 한다. 더구나 수사팀을 구성했다는 얘기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은 매일같이 뒤섞이고 있다. 최고 사정 기관이 혼란을 오히려 부채질한다는 말이 많다.
◆사실이라면 영구 퇴출 가능성도
야구계 구성원들이 동업자의 결백을 믿으면서도 찜찜해 하는 이유가 있다. 만에 하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다. 프로야구의 주체는 팬, 구단 그리고 선수와 심판이다. 어느 한 쪽이 다른 구성원들을 우롱했다면 야구판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형사적 책임과 별개로 싹을 근원부터 잘라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KBO는 일부나마 경기 조작이 드러날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야구계 영구 퇴출 가능성도 일각에선 거론되고 있다.
'블랙삭스 스캔들'로 유명한 1919년 월드시리즈의 경우 승부 조작 의심을 받은 선수 8명이 법정에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야구계는 법적 책임과 별도로 경기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연루된 전원을 영구 추방했다. 90여년 전 미국의 사례가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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