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쾌한 변주가 시청자들에 통했다.
'슈퍼스타K'가 신드롬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킨 이후 안방극장에는 우후죽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케이블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현재까지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만 해도 십여 개가 훌쩍 넘을 터.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프로그램은 넘쳐났고, 싫증과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초, 안방극장엔 또다시 '오디션 열풍'이 불고 있다. SBS 'K팝스타'는 어느새 시청률 20%를 육박하며 주말 예능을 주름잡았고, 엠넷의 '보이스 코리아'는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화제의 참가자를 속속 배출하고 있다. 오디션 홍수 속에서 후발 주자로 뛰어든 이들 프로그램은 예측을 뒤엎고 '오디션 반전'을 시사한 것.
'K팝스타'와 '보이스 코리아'의 성공 요인은 실력과 개성을 갖춘 참가자들은 물론,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렸다는 데에 있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루한 답습에 질린 시청자들은 진화와 파격을 보여준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했다.
'K팝스타'는 신선하다. 랭킹 오디션, 캐스팅 오디션, 배틀 오디션 등 새로운 형식의 경쟁 시스템으로 재미를 높였다. 라이벌 구도는 땀을 쥐게 하고, JYP-YG-SM의 대표 주자가 참가자들을 놓고 벌이는 설전은 웃음을 자아낸다. YG 양현석과 JYP 박진영의 극과 극을 오가는 심사평도 재미있고, 독설과 격려를 오가는 심사위원 보아의 재발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가장 큰 재미는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다. 보아가 캐스팅을 포기한 순간, 쭈뼛주뼛 손을 들어 마지막 기회를 청해 혼심의 힘으로 열창을 하던 이정미는 꿈을 향한 절실함과 극적인 기사회생으로 시청자들을 감동시켰고, 나날이 발전한 실력으로 생방송 무대까지 나아갔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미쉘은 성대결절로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고, 실력파 박지민 역시 이하이에 밀려 재대결을 앞뒀다. 꿈을 향한 열정과 좌절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오디션에 시청자들이 흠뻑 빠진 것.
이제 막 닻을 올린 엠넷의 '보이스 코리아'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는 외모나 퍼포먼스가 아닌 목소리로만 오디션 참가자를 평가하는 '블라인드 오디션'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수항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심사위원도, 독설도 없다.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인 참가자들의 드라마틱하고 구구절절한 사연도 심사위원들에 전달되지 않는다.
참가자들의 무대를 등지고 앉은 코치들은 오직 목소리만 듣고는 제자로 선택하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참가자들의 노래에 반응하는 코치들의 표정도 흥미롭지만, 노래 하나로만 승부하는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제목처럼 목소리 하나에만 승부를 건 참가자들의 음악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과거 요아리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한 강미진을 비롯해 코러스 가수 유성은은 제2의 기회를 얻었고, YG 출신의 보컬 트레이너 김지은 등 실력자들도 탈락의 쓴맛을 봤다. 독특한 보이스를 지닌 배근석 등 일반인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 단 한 번의 공연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기획사 오디션에 나가지 못했던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도전하는 모습도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이미 MBC '위대한 탄생'을 통해 멘토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은 신승훈과 독설보다는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백지영, 예능인이 아닌 음악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쌍의 길, 아이돌 출신의 SM 이사 강타 등 코치 4명도 프로그램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반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제작돼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인 MBC '위대한 탄생'의 인기는 시들하다. 파업의 여파가 있었다고 감안해도 생방송 무대에 대한 열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주 방송된 두번째 생방송 무대는 12.7%를 기록, 오히려 첫 생방송 무대보다 떨어졌다. 멘토들이 참가자들을 자신의 팀으로 데리고 위한 관문이었던 '위대한 캠프 파이널 라운드'가 기록한 17.4%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배수정과 구자명, 에릭남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참가자들도 없으며, 시즌1과 거의 흡사한 포맷 역시 시청자들에 시청자들에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K팝스타'와 '보이스 코리아' 열풍이 '위대한 탄생2'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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