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06년 8월 울산 현대는 한·중·일 프로팀이 참가한 A3 챔피언십에서 엄청난 완력을 보여줬다. 제프 유나이티드(일본)와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지만 2005년 J리그 우승팀인 감바 오사카(일본)를 6-0으로 대파하더니, 3차전에서는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다롄 스더를 4-0으로 요리했다.
울산의 아시아팀에 대한 매서움은 그 해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극에 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이끌던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을 만나 6-0으로 이긴 것. 2차전 원정에서도 1-0으로 꺾으며 가볍게 4강에 진출했다.
만났다 하면 대형 스코어로 상대를 혼쭐내는 울산에 축구팬들은 '아시아의 깡패'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K리그에서는 촘촘한 수비를 앞세운 소위 '잠그기 축구'로 재미를 보던 상황이라 울산의 이런 골퍼레이드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였다.
그랬던 울산이 '깡패축구'의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은 6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2012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신욱, 고슬기의 릴레이 골로 2-1로 승리했다.
스코어상으로는 울산의 근소한 승리였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큰 점수가 날 수 있었던 경기였다. 김신욱은 한 차례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슈팅을 했고 이근호, 김승용은 위협적인 슈팅으로 베이징의 수비를 허물며 상대를 혼란에 빠트렸다.
특히 김신욱과 이근호의 물오른 호흡은 베이징 수비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의 골에 대한 집념은 대단했다. 김호곤 감독은 "정말 오래 전에 만난 친구들처럼 호흡이 뛰어나다. 올해 둘이 큰 일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침, 둘은 나란히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두 경기를 소화하고 와 몸상태도 최상이었다. 김 감독은 "미리 경기를 뛴 뒤라 몸 상태가 괜찮았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지 많이 뛰더라"라고 극찬했다.
이들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측면의 김승용과 고슬기가 있어 가능했다. 김신욱-이근호 빅 앤 스몰 조합이 최대한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현란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자신 쪽으로 유도해 공간을 만들었다. 고슬기가 전반 43분 상대와 거친 몸싸움을 벌이다 오른쪽 발목에 이상이 생겨 아키와 교체되지 않았다면 베이징의 수비는 더욱 진땀을 흘렸을 것이다.
김승용은 세트피스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킥으로 베이징을 흔들었다. 김신욱의 첫 번째 골에는 알맞은 높이의 코너킥으로 보조했다. 김호곤 감독은 "FC서울 시절부터 김승용의 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경험을 쌓으니 더 위력적으로 변모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울산의 공격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믿었다. 깡패축구라는 과거의 별명에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철퇴축구'가 가세한 만큼 확 달라진 축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정당당하게 깡패축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웃음을 보인 뒤 "선수들 몸이 더 올라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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