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지금의 LG 트윈스가 떠올려야 할 속담이다.
LG에게는 하늘이 무너졌다. 지난해 '에이스'로 활약한 박현준과 강력한 선발 투수 후보였던 김성현이 구단으로부터 퇴단 조치를 당했다. 경기조작에 가담한 혐의 때문이다. LG는 단순한 전력의 손실 외에도 팀 분위기 측면에서 가늠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특히 박현준은 올 시즌 팀의 '1선발' 후보였다.
먼저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펼쳐지고 있는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큰 동요가 없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선수들이 불안감, 안타까움 등 복잡한 심정에 사로잡히지 않을 리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LG 선수단은 하나로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선발 투수 2명을 잃은 공백도 어떻게든 메워야 한다. 현재까지 확실히 선발 보직이 정해진 선수는 두 외국인투수 주키치와 리즈 뿐이다.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나머지 선발 3자리가 문제다. 다행히 후보군은 많다.
먼저 '2년차' 임찬규가 강력한 후보다. 임찬규는 1일 세이부와 연습경기에서 5이닝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인데 이어 6일 SK전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두 경기 모두 70개에 가까운 투구수를 기록하며 체력적으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캠프에서 갈고닦고 있는 체인지업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선발로 뛰었던 김광삼과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재복, 신재웅, 임정우 등도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연습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부상에 시달린 정재복과 신재웅은 올 시즌 재기를 노리고 있고, 임정우는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절실함을 안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기대가 크다.
신임 김기태 감독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사실 김 감독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첫 시즌을 치르는 감독도 없다. 사령탑 부임과 함께 'FA 3인방' 이택근, 송신영, 조인성이 팀을 옮겼고 '경기조작' 파문으로 주축 선발 투수 2명이 퇴단 조치를 당했다. 핵심 선수 5명을 잃은 상태에서 첫 시즌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LG의 2군 감독 출신이다. 부임 초기부터 내부 전력을 중용해 팀을 재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외부 영입으로 팀내 젊은 선수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뜻이다. 오히려 이번 일로 유망주들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질 여건이 갖춰졌다. 여기에 선수단을 장악하는 김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가 발휘된다면 예상외로 팀이 빨리 흐트러진 분위기를 수습하고 더욱 단단히 결집될 수도 있다.
박현준과 김성현은 용서 받기 힘든 일을 저질러 구단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팬들에게는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제는 남은 선수들이 실망한 팬들을 위로할 차례다.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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