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대호(30, 오릭스)는 일본 진출 후 자신의 밝은 성격을 적극 내세웠다. 이대호와 만나본 주위 일본인들은 전부 "대호, 넘버원"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오릭스 합류 첫날부터 처음 만난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이대호의 모습이 호감을 샀다.
그러나 경기 도중에는 이대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홈런을 친 후에도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웃으면 상대 선수들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훈련 때는 장난도 치며 즐겁게 임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도중에는 웃으면 안 된다. 상대 선수들이 쉽게 볼 수 있다." 타석에서만큼은 철저히 위협적인 선수로 남고 싶어 웃음기를 지운 것이다.
10일 주니치와 시범경기 종료 후 이대호를 만났다. 그라운드를 벗어난 이대호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가득했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경기 전 주니치 히라노 코치를 만났다.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나.(히라노 겐 코치는 2011년 한국 KIA서 타격 코치로 활동했다)
"살이 많이 빠졌다고, 올해 잘 할 거라는 덕담을 해주셨다. 또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는 말도 하셨다."
-기타가와와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던데.
"가벼운 이야기다. 올해부터 나와 똑같은 방망이(SSK)를 쓰는데, 방망이가 어떤지를 물어왔다. 자신과 같은 방망이를 쓰니까 초상권을 받아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라.(웃음)"
-주니치 투수 가와카미가 이대호와의 맞대결을 기대한다고 했다. 초구를 노렸는데?
"(웃으며) 그런 이야기가 있었나? 몰랐다. 초구는 커브였다. 그동안 일본 투수들의 공을 많이 봐왔다. 일부러 타석에서 볼카운트를 늘려가며 길게 승부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에는 적극 승부할 생각이다."
-주니치 간판 마무리 이와세도 "이대호와 승부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아직 시범경기라서 큰 의미는 없다. 그래도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좋은 투수의 공을 친다는 것은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이와세와 만난다면 집중해 잘 칠 수 있도록 하겠다."
-팀의 4번 타자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3, 5번은 변동이 있는데, 4번은 꾸준히 맡고 있다.
"아직 시즌은 시작되지 않았다. 시범경기 때 내가 4번으로 나간다고 정규시즌 출전까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물론 시즌 초반에는 4번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보장되는 것은 없다. 내가 잘 쳐야 유지되는 것 아니겠나. 일단 잘 쳐야 한다."
-앞으로 시범경기가 10차례 정도 남았다. 시즌을 앞두고 주력하는 부분은?
"안 다치는 것이 우선이다. 시범경기 때 무리하다 다치면 무슨 소용이 있나. 또 시즌 들어가기 전에 투수들의 공을 많이 봐두고 있다. 빠른 공도 익혀야 하고, 변화구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연습경기서 홈런이 나왔는데, 요즘에는 공을 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했다.
"지금 내 상태가 100%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투수들도 자기 공을 숨기고 있겠지만, 나도 내 컨디션을 다 끌어올린 상태가 아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
조이뉴스24 오사카(일본)=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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