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해품달'은 첫회부터 마지막까지 방송 내내 뜨거운 신드롬이었다. 아역배우를 시작으로 모든 주, 조연 배우들이 스타덤에 올랐고, 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시청률 40%를 넘으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매회 스포일러에 몸살을 앓았고, 원작 소설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OST 역시 유명 가수들을 제치고 가요계 차트를 장악했다.
'해품달'의 열기는 경쟁 드라마도 벌벌 떨게 했을 정도. 정면승부를 펼쳤던 '난폭한 로맨스'와 '부탁해요 캡틴' 등은 참담한 성적을 거뒀고, 방송사들은 후속 드라마들이 '해품달'과 맞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풋풋한 사극 로맨스로 인기를 얻었던 '성균관 스캔들'도, 혹은 한글 창제 과정과 배경을 둘러싸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그렸던 '뿌리 깊은 나무'도 이루지 못했던 시청률 40%. '해품달'이 시청자들과 시청률을 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탄탄한 원작 속 애절한 순애보, 시청자 울렸다
'해품달'의 가장 큰 강점은 원작을 기반으로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여기에 진수완 작가가 각색을 통해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살리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애절한 순애보는 시청자들을 울렸고, 판타지적 요소와 무속신앙 등의 장치가 가미되면서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해품달'은 어린 훤(여진구 분)과 연우(김유정 분)의 풋풋한 사랑을 시작으로 성인이 된 훤(김수현 분)과 연우(한가인 분)의 먹먹하고도 애절한 멜로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일편단심 사랑으로 순애보를 보여주는 양명 정일우, 삐뚤어진 사랑이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민화공주(남보라 분)와 보경(김민서 분)의 애달픈 사랑까지 각각의 사랑방식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중전 보경으로 열연한 김민서는 드라마의 인기요인으로 이같은 애절한 사랑을 꼽으며 "모든 것을 초월한 순애보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선시대 성조의 시대적 배경으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스토리에 입체감을 더했다. 연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흥미를 자극했고, 성수청 무녀들과 흑주술 등의 장치는 기존 로맨스 사극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월가인-수훤-양명일우…연기 논란 딛고 캐릭터 완벽 빙의
'해품달'은 아역 연기자들로 인해 '신드롬'이 시작됐다. 김유정과 여진구, 이민호 등 아역 연기자들은 풋풋하면서도 애절한 사랑을 뛰어난 감정으로 소화했고 이들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아역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치솟았고, 표정부터 대사까지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아역 배우들의 명연기 때문이었을까.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혹했다. 한가인은 어색했던 대사톤과 표정 연기에 대한 지적이 일면서 연기력 논란의 주인공이 됐고, 김수현과 정일우 등도 아역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성인 연기자들은 차츰 자신들의 색을 덧입혀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안정된 연기로 '해품달'의 멜로 2막을 열었다.
액받이 무녀 월부터 기억을 되찾은 연우까지 1인2역을 소화해야 했던 한가인은 섬세한 감정 연기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수현은 '해품달'에서 가장 빛났던 배우 중 한 명. 왕의 카리스마와 섬뜩한 연기는 물론, 장난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모습, 애절한 멜로 등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훤으로 완벽 빙의된 모습으로 '훤앓이'를 만들어냈다. 정일우는 초반부터 안정적인 대사톤으로 극의 균형을 잡았다. 아역 이민호의 바통을 이어받아 양명의 유쾌하고 호탕한 쾌남아의 면모를 괴리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 나갔으며 순애보는 한층 진해졌다.
시청자들은 '월가인' '김수훤' '양명일우' 등의 호칭을 붙여주며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이들의 모습에 열광했다.
◆꽃미남 4인방부터 유쾌 형선이까지…배우들의 미친 존재감
'해품달'처럼 아역 연기자들부터 조연 연기자들에 이르기까지 제 몫을 다해준 드라마가 또 있을까. 드라마 인기의 구심점이 됐던 아역배우부터 맛깔스러운 연기로 드라마에 활력을 더해준 조연들이 있었기에 '해품달' 신드롬이 가능했다.
김유정과 여진구, 이민호 등은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 아역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풋풋한 사랑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김영애와 전미선 등이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역할을 했다면 정은표 등은 웃음을 선사하며 긴장의 완충장치 역을 톡톡히 해냈다. 김영애의 대왕대비 연기는 연기자들조차 최고라고 꼽을 만큼, 김영애라서 가능한 역할이었다. 서슬퍼런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을 움찔하게 했고, 독살을 맞으며 손자 훤을 떠올리는 그 순간은 깊은 슬픔이 진해졌다. 도무녀 장씨 역의 전미선은 김영애에 맞서는 카리스마와 묘한 슬픔, 신비로운 이미지로 극의 무게를 탄탄하게 잡았고, 극중 훤을 보좌하는 내시 형선으로 등장한 정은표는 유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캐릭터로 극에 활력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 배우들조차도 스타덤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했다. '아역 꽃도령' 4인방 중 연기에 첫 도전한 임시완과 이원근, '잔실이' 캐릭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배누리, '카리스마 무사' 송재림 등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하며 신예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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