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기구한 운명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처지는 너무나 똑같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시티즌의 이야기다.
양 은 24일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K리그 4라운드 상대로 만난다. 각각 3패씩 안고 있어 승리를 통한 반전이 무엇보다 요하다. 특히 대전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빈공에 시달리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맞대결에서 승점 3점은 강등이 걸려 있는 올 시즌, 두 팀의 행보에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전력이 비슷한 팀끼리 겨루기에서 패하면 치명적일 수 있어 말 그대로 '단두대 매치'다.
인천 선수단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훈련 때 누구도 딴 짓을 하지 않는다. 재정난 등 어수선한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고 오직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익명의 인천 A모 선수는 "구단 내부 사정이 복잡한데 선수들이라도 정신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라며 "김남일, 설기현 두 선참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는 지난 1월 조건도 전 대표이사의 사퇴 후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지난달 선수단과 프런트의 월급이 미지급되기도 하는 등 힘든 상황이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가교 역할을 했던 김석현 부단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최승열 단장도 팀을 떠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고민이 깊다.
무엇보다 대표이사 선임이 난항을 겪고 있는 부분이 괴롭다. 김수홍 인천대교 사장을 선임하려 했지만 구단 수익 창출을 위한 이벤트 사업과 자본 확충을 위한 증자를 인천시에 요구했다 거절당한 뒤 선임을 유보한 상황이다.
인천 체육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애물단지와 같은 존재다. 시 체육계에서는 핸드볼이나 다른 종목들의 팀 운영도 위기인데 인천 유나이티드만 부각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한 눈치다"라며 "구단 정상화를 위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몇몇 후보군의 문의가 들어오지만 음지에서 활동할 뿐이지 부격적자"라고 말했다.
대전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광희 전 사장의 사퇴 뒤 후임 선임을 위해 스포츠 전문 경영인을 공개 모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종 결재권자가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시장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인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선임 기준 중에는 지역 정서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곧 구단주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해석된다.
그렇게 문제가 됐음에도 염 시장과 친분이 있는 축구계 인사 A씨와 B씨 등이 나서 사장을 맡아보겠다는 말을 흘리고 다니는 등 정치적인 움직임이 여전하다.
대전 구단 살림은 피폐하다. 월급은 밀리지 않았지만 일부 후원사가 계약해지를 요구한 상황이다. 시티즌 이사진 중 한 명은 "구단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 사장의 남은 임기 1년 3개월 외에 연임을 보장해 장기적인 개혁이 필요한데 모두 근시안적인 사고만 하고 있다"라며 "전임 사장이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비슷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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