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순박한 시골청년 '송삼동'이 조선을 호령하는 훈남 왕 '훤'으로 분했다. 그 사이 배우 김수현(24)은 '소년'의 알을 깨고 나와 '남자'가 됐고, '연기 잘하는 아역배우'는 '전국민을 품은 스타'로 떠올랐다. 눈에 띄는 배우에서 소위 '대세'로 불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년에 불과하다.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을 통해 브라운관을 두드렸던 김수현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서 각각 고수와 박상민의 아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는 아역을 성인 배역으로 바통 터치하는 중간다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했다.
탄탄히 쌓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 '드림하이'에 이어 올해 '해를 품은 달'에 이르기까지 2연타석 홈런을 치며 제대로 비상했다.
◆ "훤은 왜그리 산책을 좋아할까요"…밤샘촬영-추위와 사투 추억
김수현은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가 된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로 '훤앓이'의 중심에 섰다. 고된 밤샘 촬영과 뼛속까지 스며든 추위와의 사투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는 이제 숱한 광고 촬영과 밀려드는 인터뷰, 화보촬영 등 눈코 뜰새 없는 폭풍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나마 밤을 안새서 다행"이라며 소박한 기쁨을 표현했다.
"겨울엔 어딜 가나 춥죠. 그래도 '드림하이'는 도심에서 촬영했는데 '해품달'은 깊은 산속이라…. 한복 안에 옷을 겹겹이 껴입고 양말도 4개까지 껴신었지만 칼바람을 맞을 땐 몸이 반쪽으로 찢어지는 기분까지 들더라고요."
그는 "훤은 왜 그렇게 산책을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난 싫어하는데…"라고 말을 흐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해품달'은 방송 전 캐스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가인의 '국어책 연기 논란'에 이어 7살 연상의 한가인과 김수현의 조합은 흡사 '이모와 조카'같다는 비아냥도 적잖았다. 하지만 방송이 흥행에 탄력을 받으면서 시청자들의 날선 비판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특히 극본을 맡으 진수완 작가는 "김수현은 훤 역에 가장 최적화된 배우"라며 "김수현은 20대 배우 중 (캐스팅) 1순위였다"라고 주연배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진수완 작가님을 사랑하게 됐다"라며 "훤을 예쁘게 그려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작품 속의 주옥같은 대사를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작품 때문에 살이 굉장히 많이 빠지셨더라"라며 "종방연 때 뵙고 가슴이 참 아팠다"고 고백했다.
◆ "나는 소년과 남자의 경계선…훤과 닮았다"
훤은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연우(한가인)를 떠나보내야 했고, 세상 그 누구보다 아끼고 따르던 이복형 양명(정일우) 마저 자신의 곁에서 멀어졌다. 환하게 미소짓던 왕세자 훤의 얼굴엔 어느새 그리움과 외로움이 드리워졌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소년과 남자를 모두 표현했다. 강하면서도 여리고, 유악한듯 보이나 그 누구보다 강인한 훤을 창조해냈다.
"훤은 겉으로 벽을 두껍게 쌓아놓고 자신을 철저히 방어하죠. 그래서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버거워하는 여린 소년이에요. 그런 훤의 진면목이 드러난 건 드라마 마지막에서 나온것 같아요. 할머니도 잃고 형도 잃고, 인생의 모든 파도가 지나간 후 사랑하는 연우의 품 안에서 울음을 토해내는 장면이 훤의 진짜 모습이었을 거에요."
드라마 '해품달'은 여러모로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는 특히 예상을 뛰어넘은 시청률로 눈길을 끌었다. 20%만 넘어도 '대박'으로 불리는 평일 미니시리즈에서 '해품달'은 시청률 18%(AGB닐슨)로 화려하게 시작을 알렸다. 이어 드라마는 방송 3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8회 만에 30%를 넘어섰다. 그리고 방송 16회에는 '마의 시청률'로 불리는 40%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 달 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던 '해품달'은 끝났다. 그리고 김수현은 또다른 비상을 앞두고 있다.
"아직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금은 제게 주어진 밀린 숙제들을 해야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고, 최선을 다해 연마하고 수련한 뒤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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