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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드라마가 키스신만으로 되나요?


[장진리기자] 키스신으로 드라마 등수를 매길 수 있다면 이 드라마가 단연 1등일 것이다. 한 회에 꼭 한 번의 키스신은 등장시키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은 드라마, 바로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이다.

'패션왕'은 당초 유아인-신세경-이제훈-권유리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주름잡는 20대 청춘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지금의 '패션왕'은 청춘배우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저당잡아 80년대에나 볼법한 촌스러운 멜로드라마에 낭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빛과 그림자'도 '패션왕'처럼 촌스럽지는 않다.

물론 '패션왕'은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가득 나오는 때깔 고운 드라마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극 중 인물들의 갈등과 사랑은 60년대 드라마를 답보하는 듯하다. 동대문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공, 야망을 그리겠다는 당초의 기획의도는 이미 극 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극 중에서 4명의 인물들이 하는 일은 질투와 집착, 키스밖에 없다.

특히 과도한 키스신 남발은 몰입을 어렵게 한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할 때 키스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지만 '패션왕'에서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지금의 '패션왕'은 네 인물의 욕망과 사랑이 교차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영걸(유아인 분)은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안나(권유리 분)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재혁(이제훈 분)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나를 이용한다. 반면 가영(신세경 분)에게 키스하는 재혁을 보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부순다. 재혁 역시 가영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면서도 가영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고, 가영 역시 영걸을 좋아하지만 재혁의 호의 역시 뿌리치지 못한다. 사랑과 욕망의 교차로에 서 있는 4명의 배우를 망치는 것은 다름아닌 '패션왕'의 키스신이다.

이제는 거꾸로 배우들을 믿고 싶어진다. 유아인, 신세경, 이제훈, 권유리, 이 네 명의 배우들은 대체 무얼 보고 '패션왕'을 선택했을까. 이들은 '패션왕'을 통해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소위 잘 나가는 20대 배우들이 '패션왕'을 탐냈던 이유를, '패션왕'은 키스신이 아닌 또다른 무엇으로 직접 증명해야 할 때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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