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LG 트윈스를 또 다시 울렸다. 두 팀의 맞대결은 지난 시즌부터 경기 마지막까지 승자를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26일 열린 잠실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넥센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2 팔도 프로야구 시즌 2차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9-7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LG였다. LG는 지난 시즌까지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김일경이 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만루포를 쏴 4-0으로 성큼 앞서갔다. LG는 3회 말 공격에서 한 점 더 달아나면서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갔다.
지난 시즌에 이어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벤자민 주키치가 선발 마운드에 올라 넥센 타선을 묶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LG를 상대로 끈끈한 승부를 펼친 넥센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넥센은 4회 초 공격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LG를 떠나 다시 친정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택근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다. 하지만 LG는 곧바로 5회 말 공격에서 최동수의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나 점수차를 유지했다.
넥센의 역전극 출발은 1-6로 리드 당하던 8회초. 지난 시즌 LG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긴 박병호가 유원상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쳐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넥센은 박병호의 홈런 이후 강정호, 지석훈의 연속 안타에 이어 장기영이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싹슬이 3루타를 쳐내 5-6으로 바짝 추격했다.
이 점수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넥센 쪽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LG는 8회 말 1사 상황에서 정성훈의 3루타에 이어 김일경의 스퀴즈 번트 성공으로 7-5로 도망가 승리를 굳히는 듯했다.
그렇지만 넥센은 끈질겼다. LG 김기태 감독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26일) 경기 승리 팀을 점칠 수 없지만 주키치가 선발로 나온다"며 "주키치도 타자들이 어느 정도 점수를 뽑아 준다면 뒤에 나올 투수들을 믿기 때문에 마음을 놓는다"고 했다.
주키치는 김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부응했다. 7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내고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그런데 주키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난조를 보여 결국 동점과 역전을 허용했다. LG 벤치는 박병호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유원상에 이어 이상열, 한희, 리즈로 이어지는 필승카드를 차례대로 올려 리드를 지키려고 했다.
9회초 마무리를 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리즈의 연속 볼넷이 결국 화를 불렀다. 정수성, 이택근, 박병호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로 몰리며 위기를 자초했다.
다급해진 LG는 리즈 대신 우규민을 내보내 급한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우규민이 강정호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한데 이어 조중근 타석 때 폭투까지 범해 넥센은 힘들이지 않고 7-7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넥센은 지석훈의 땅볼과 강귀태의 적시타로 두 점을 더 추가 9-7 역전에 성공했다.
넥센은 9회말 마무리 손승락을 마운드에 올려 간단히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손승락은 세이브를 추가했고 8회말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나온 박성훈이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LG 마무리로 나와 3연속 볼넷을 내주고 쫓겨난 리즈는 세이브 기회도 날리고 패전투수까지 됐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박병호의 2점 홈런이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홈런을 계기로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강정호가 투수가 던진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몸에 맞았는데 그정도로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가 있었다. 이 부분이 역전승을 이끌어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LG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내 책임이다. 내 잘못이 크다"고 짧게 답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조이뉴스24 잠실=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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