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970~1980년대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축구인들을 만나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꺾기 위해 밤새도록 슈팅연습을 했다던지, 강팀과 겨루기를 앞두고 심판 몰래 침을 숨겨 들어가 상대 선수를 콕콕 찔러 신경질 나게 했다는 등의 우스갯소리다.
전북 현대 이흥실(51) 감독대행은 그런 농담을 실전에 옮겨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K리그 10라운드를 앞두고 만난 이 대행은 "광저우전에 바늘과 마늘을 가져가야 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다소 생뚱맞은 바늘과 마늘 얘기가 나온 것은 다름 아닌 5월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광저우 헝다와의 원정 경기 때문이다.
광저우는 지난 3월 7일 전주로 원정을 와 전북을 5-1로 두들겼다. 예상치 못한 대패로 전북은 충격에 빠졌고, 이후 가시와에도 1-5로 패하는 등 3월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에 2연승을 거두며 현재 H조 2위에 올라있다.
이번 광저우 원정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길 경우 조1위도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북은 홈에서 대패했던 치욕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있다.
공격수 정성훈은 "선수들 모두 그날의 경기를 기억하고 있다.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들만 하고 있다. 모두 복수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광저우는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4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2승1무1패로 조1위에 올라있다. 전북을 꺾을 당시 구단주인 헝다 그룹의 쉬자인 회장이 승리수당으로만 28억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하는 등 돈의 위력으로 전북을 주눅들게 했다.
그런 광저우가 또 한 번 거액을 준비중이다. 전북을 또 꺾으면 8강 확정이 유리해 이번에는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승리수당으로 내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해들은 이 대행은 "그 정도 금액을 준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광저우 원정에는 박원재가 경고누적, 황보원이 부상으로 빠져 최상의 전력 구성이 어렵다. 그나마 이동국이 경고누적으로 이날 광주전에 결장해 체력을 비축하게 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 대행은 "바늘과 마늘을 준비해야겠다"라고 웃었다. 몸싸움을 할 때 바늘로 몰래 찌르고 강력한 마늘 냄새로 상대 선수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현역 시절 상대팀에서 심판 몰래 가끔씩 바늘로 찔렀던 기억에 착안한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이는 상상일 뿐이었다. 이 대행은 "상대가 마늘 냄새에 놀라서 더 많이 뛰어다니면 어떡하느냐"라고 껄껄 웃었다. 복수심에 불탄 이 대행의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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