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저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이죠."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은 애제자 홍정호(22)의 부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에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3개월 재활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중앙 수비수 홍정호의 장기 공백은 치명적이다. 마다스치 등 백업 멤버들이 잘 버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결과 2개월 진단이 나왔다.
지난 5일 성남 일화와 K리그 11라운드에서 만난 박 감독은 홍정호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4일 홍정호를 병문안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는 박 감독은 "워낙 의지가 강한 친구라 빨리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전했다.
홍정호는 지난 4월 29일 경남FC와 홈 경기에서 후반 10분 윤신영과 볼 다툼 도중 부상을 당했다. 왼쪽 무릎 인대가 부었고 뼈에 타박상을 입었다. 다행이 뼈가 금이 가거나 골절되는 심각한 상황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은 비신사적인 행위라며 윤신영에게 4경기 출전 정지라는 사후 징계를 내렸다.
박 감독은 "정호는 반깁스를 하고 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부상을 계기로 더 많은 공부를 하기를 바랐다. 지난 3월 24일 수원 삼성과 4라운드 2-1 승리 직후 대한축구협회 이회택 부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박 감독은 "홍정호의 경기를 보더니 저 정도면 머지않아 빅리그에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이 말을 그대로 홍정호에게 전달했음을 알렸다.
재활에 몰입하는 동안 몸의 성장은 물론 정신적 성장이 이뤄지기를 바랐다. 박 감독은 "병원에서 다양한 경기 장면을 편집해 보라고 했다. 눈으로 보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다"라며 "위기를 극복하는 선수가 진짜 훌륭한 선수"라고 말했다.
제주 구단에서도 홍정호를 돕기 위해 권혁수 비디오분석관에게 FC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 명문 구단 센터백들의 경기 장면을 편집해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해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신영록을 회생시키는데 신속한 응급처치로 도왔던 김장열 제주 트레이너는 다른 신체 부위 강화에 조언을 해준다. 오른쪽 다리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왼쪽에도 효과가 있다는 식이다.
경기 감각은 금세 익히는 만큼 부상이 회복된다면 6월 초에도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감독의 판단이다. 물론 무리시키지는 않을 예정이다. 일단 6월 9, 12일 2012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을 치르는 A대표팀 합류는 사실상 어렵지만, 7월 24일부터 시작하는 런던 올림픽 출전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감독은 "정호는 노력하는 친구다. 재활만 충분히 한다면 얼마든지 그라운드에 복귀해 뛸 수 있다"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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