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지난해부터 LG는 유독 넥센만 만나면 어려운 경기를 펼쳐왔다. 지난해 넥센과의 상대전적에서 7승12패로 뒤졌던 LG는 올 시즌 역시 1승4패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천적'에 관한 한 LG도 KIA와 한화 앞에선 시쳇말로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KIA에겐 롯데, 한화에겐 SK라는 무서운 천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넥라시코'라 불리며 흥미진진한 접전 양상으로 빅매치 대접을 받는 넥센-LG의 관계와는 달리 KIA와 롯데, 한화와 SK는 단순한 천적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KIA와 한화는 20일 롯데와 SK를 상대로 나란히 패배를 당했다. KIA는 롯데전 12연패, 한화는 SK전 7연패를 이어가는 패배였다. 이날 패배로 KIA는 시즌 12승 2무 18패로 7위, 한화는 13승 22패로 8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특정팀 연패의 기록. 올 시즌만 따져도 두 팀은 천적 관계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KIA는 롯데에 4패만을 당하고 있고, 한화는 두 차례 3연전을 모두 스윕당하며 6패를 기록 중이다. KIA와 한화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도 큰 영향을 미친 천적 관계다.
KIA는 지난 4월20일 롯데와의 첫 맞대결에서 7-11로 무릎을 꿇었지만 3연전 남은 2경기가 모두 우천으로 취소돼 체력적으로 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5월18일부터 다시 시작된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천적 관계 청산에 실패했다.
한화는 4월13일부터 시작된 문학 3연전을 SK에게 모두 내주며 최하위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0-1 패배를 두 번이나 당했던 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18일부터 시작된 3연전 역시 싹쓸이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전까지 5월 전적 8승7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류현진 선발 카드를 사용했음에도 SK를 꺾지 못했다.
한 번 천적 관계가 굳어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이는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팀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화의 경우처럼 상승세가 끊어지기도 하고, 침체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선수들도 천적 팀과의 경기에서는 위축된 플레이를 펼치게 되고, 이기고 있어도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KIA의 경우, 한때 롯데의 천적으로 군림했던 적이 있는데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프로야구 특정팀 상대 최다 연승 기록의 주인공이 바로 KIA와 롯데다. KIA는 지난 2002년 9월27일부터 이듬해 9월13일까지 롯데를 상대로 무려 18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팀도, 밀리는 팀도 나온다. 그러나 특정 팀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하는 속칭 '호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KIA와 한화가 언제쯤 천적을 상대로 연패를 끊으며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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