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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무거운 발걸음 떼는 '빈손' 최강희 감독


[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22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불참했다. 오래 전부터 계획된 개인 일정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대한체육회는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어 에닝요(전북 현대)의 복수 국적 대상자 법무부 추천을 놓고 재심의를 했고 '추천 불가'라는 판정을 내렸다.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했던 최 감독이기에 마침 이날 대표팀 훈련 불참이 에닝요 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닌 것으로 비칠 수 있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단호하게 나타냈다. 그는 "에닝요 귀화 무산에 대비해 계획을 세워 놓았다. 선발한 자원들을 잘 활용할 수 있다"라며 특별귀화를 통해 에닝요를 대표로 선발하지 못하게 됐지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저 목표한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에닝요 문제는 대표팀이 목표로 향하는 길에 있어서 최소한의 도움 장치였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최 감독은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에닝요 특별귀화 실패와 박주영의 대표팀 합류 설득 좌절 등 최근 불거진 문제들을 온몸으로 감수하면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시작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분명하게 있다. 최 감독이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는 그 어떤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는 간단한 감정표현을 한 정도였다.

에닝요의 특별귀화 추진,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의 대표 발탁 밑그림 그리기는 모두 축구협회의 정책이다. 특히나 특별귀화 문제는 대표팀의 필요에 따라 이중 국적이 허용된다면 프로축구는 물론 체육계 전반에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체육회의 말처럼 '사회적인 본보기'라는 틀을 만드는 일인 만큼 파장을 고려해야 했다.

박주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병역 의무라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에 대해 최 감독이 홀로 박주영을 설득하며 입장을 표명하라는 모양새만 갖췄을 뿐이다. 박주영이 아무런 의사 표명도 없이 잠적해버려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축구협회 스스로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자격 요건을 흔든 셈이 됐다.

체육회는 에닝요 문제를 두고 축구협회의 정책이 '즉흥적'이라는 뼈 있는 지적을 했다. 오랫동안 공론화하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기보다는 축구라는 틀 안에서만 모든 사안을 속전속결로 해결하려 했다는 뜻이다.

실제 에닝요 귀화 문제가 물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7일 법제상벌위원회에서 1차 심의가 반려된 뒤부터다. 재심 청구에 이은 22일 최종 결정까지 불과 보름여 만에 모든 일이 알려지고 논의되고 결정이 났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너무 서둘렀다.

한 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사실 심사위원 중 에닝요의 경기를 자주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대신 에닝요의 기본 자격 요건을 철저하게 따졌고 아직 한국 문화에 제대로 녹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말 귀화가 절실했다면 미리 준비하고 철저한 논리를 가지고 나와야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제 모든 논란을 뒤로하고 대표팀은 24일 스위스로 출국해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축구협회가 만든 너무 많은 전선에서, 갑작스럽게 현장 지휘관으로 부임했던 최 감독은 제대로 된 전과도 올리지 못한 채 머리만 아팠다. 큰 일을 앞두고 어설픈 정책이 지휘관에게 부담만 안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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