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로드' 강정호(25, 넥센)가 당초 홈런왕 후보로 꼽히던 '빅3'를 제치고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빅3' 가운데서는 이승엽(삼성)만이 홀로 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강정호는 26일 목동 한화전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터뜨렸다. 39경기만에 14개의 아치를 그려낸 강정호는 2.8경기 당 하나 꼴로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2위 최정(SK, 11개)과의 격차는 3개.
강정호의 홈런 독주도 놀랍지만 기대를 모았던 거포들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예상 밖이다. 올 시즌 개막 전 홈런왕 후보로 꼽히던 선수는 이승엽과 최형우(이상 삼성), 김태균(한화)이었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일본 무대에서 복귀한 거포로 자타가 공인하는 홈런타자고, 최형우는 지난해 홈런왕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이들 '빅3' 중 이승엽이 8개의 홈런으로 4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 김태균은 5개에 그치고 있다. 최형우는 아예 홈런이 없다. 전체적인 타격 부진에 빠진 최형우는 지난 21일 급기야 2군행을 지시받았다.
강정호는 여느 홈런왕들과 마찬가지로 몰아치기를 보여주며 홈런 레이스를 제일 앞에서 이끌고 있다. 3경기 연속 홈런이 두 차례, 2경기 연속 홈런도 한 차례 있었다. 지난 4월15일에는 한 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번 감을 잡으면 홈런을 양산해내는 것이 올 시즌 강정호 홈런 페이스의 특징이다.
홈런뿐만이 아니다. 26일 현재 타율 3할4푼1리(3위), 34타점(2위), 36득점(1위), 46안타(4위), 출루율 4할4푼2리(2위), 장타율 7할1푼9리(1위), 8도루(11위) 등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라 있다. 넥센의 초반 돌풍도 강정호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넥센의 박흥식 타격 코치는 연일 터지는 강정호의 홈런에 대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테이크백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작이 없어지면서 스윙이 간결해졌다"고 설명했다. 스윙이 간결해지며 공이 방망이에 정확히 맞기 시작하자 홈런도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홈런은 적지만 사실 김태균의 활약도 눈이 부실 정도다. 개막 이후 줄곧 4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고감도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소속팀 한화의 부진 속에 홈런포는 생각처럼 터지지 않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려는 타격을 하다 보니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며 김태균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올 시즌은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홈런왕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빅3'의 홈런포가 잠잠해 기대만큼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팀 사정에 따른 김태균의 '똑딱이' 변신, 2군에 내려간 최형우의 기약 없는 홈런 소식 때문이다.
강정호의 독주도 물론 신선함을 주지만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거포들의 화끈한 경쟁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지만 자칫 김빠진 홈런 레이스로 싱거운 판세가 이어질까 우려된다. 강정호의 뒤를 쫓는 거포들의 홈런이 터져줘야 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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