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축구계의 거목 김호 감독은 지난해 손흥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손흥민은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당장 주전으로 내세우긴 힘들다. 에이스급 활약을 기대키도 어렵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가 없다. 2014년 월드컵 본선에서 쓸 자원이다. 그 때를 대비해 교체 출전 등으로 충분히 경험을 쌓게 하며 키워야 한다."
'오늘의 주역'이 아닌 '내일의 희망'이라는 말이었다. 딱 그렇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여러 샛별 중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함부르크의 손흥민이다.
프로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 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축구공을 접한 손흥민은 또래들과는 다르게 성장했다. 정규 축구교육보다는 아버지와의 개인레슨에 집중했던 것이다. 손웅정 씨는 훗날 아들을 유럽에 진출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고, 그러려면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일반적인 축구팀에 들어간 것은 원주 육민관중학교 3학년 때가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개인 '특훈'에 매진했던 손흥민이다. 하지만 학원체육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8년 7월 동북고를 자퇴한 까닭이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로 발탁, 독일로 건너가 축구유학을 소화했다. 그곳이 바로 함부르크 유소년팀이었다.
함부르크와의 인연이 연장될 수 있었던 계기는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U-17 월드컵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본선 5경기에 나서 3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한국의 8강 진출을 견인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리던 순간이다.
본디 연령별 대회가 스타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대회 이후 손흥민을 향한 유럽 클럽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블랙번, 독일 분데스리가 vfl보훔을 제치고 함부르크 유소년팀과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0년 6월, 손흥민은 꿈에 그리던 1군 승격을 일궈냈다. 아르민 베 감독이 손흥민의 잠재력을 높이 산 덕분이다. 그리고 손흥민은 2010~11시즌을 앞둔 프리시즌에서 폭발했다. 9경기 9골. 엄청난 활약이었기에 프리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새내기 손흥민의 분데스리가 첫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악재가 있었다. 첼시와의 프리시즌 매치에서 부상을 당해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몸에 좋은 쓴 약이 됐다. 아직 어린 손흥민에게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면서 알게 모르게 찾아왔을 안일함과 자만심에서 깨어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장기간의 부상이 얼마나 치명적인가 직접 체험하면서, 부상을 당하지 않는 요령을 깨닫는 것이 선수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임을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을 것이다.
2011~12시즌 분데스리가 두 번째 도전을 앞두고 펼쳐진 프리시즌은 그 전 해보다 더 엄청났다. 7경기서 무려 17골을 퍼부었다. 강력한 프리킥 득점도 성공시키며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손흥민의 올 시즌 최종기록은 27경기 출전에 5골. 지난해 10월 핑크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필드를 밟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20살 청년의 기록임을 감안한다면 준수한 발자취다.
손흥민은 부친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또한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일대일 교육을 받은 결과, 수준급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장점은 축구를 즐긴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은 굉장한 무기다.
폭발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선수가 이제 막 성인이 된 선수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에너지 충만한 손흥민은 긍정적인 태도를 무기로 앞으로의 경험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기량을 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활짝 피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피고 있는 꽃이다. 향후 10년은 한국 축구와 함께 커나갈, 한국축구를 이끌어야할 중요한 재목이다. 손흥민은, 그래서 정말 잘 성장해야 한다.
국내팬들이 손흥민의 기량을 직접 확인할 소중한 무대가 펼쳐진다. 오는 7월 19일~22일 수원에서 열리는 2012 피스컵에 함부르크가 출전하는 것이다. 손흥민이 소속팀을 위해, 또 피스컵을 빛내기 위해 모처럼 한국 무대에 선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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