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642일만의 1군 마운드 SK 최영필 "공 던지는 게 행복"


[류한준기자] SK 와이번스 투수 최영필(38)은 평소와 다름 없이 등판 준비를 했다. 장비를 챙겨 그라운드로 나왔고 후배 투수들과 함께 몸을 풀었다. 야구선수로 일상의 반복이지만 최영필은 그 짧은 순간에 행복을 느낀다.

최영필은 지난달 29일, 1년 9개월만에 1군 엔트리 합류 통보를 받았다. 사이드암 투수 신승현을 대신해 1군에 합류했다.

최영필은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0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다른 팀을 찾지 못해 FA 미아가 됐다.

보통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영필은 계속 공을 던졌다. 그는 일본 독립리그 소속 코리안 해치 등 여러 팀의 유니폼을 입으며 현역 생활의 꿈을 접지 않았고, 결국 SK에 입단했다.

최영필은 30일 치른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 처음 등판했다. 무려 642일만에 1군 경기 출전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전 마지막으로 등판했던 구장이 바로 목동이었다. 그는 2010년 8월 27일 열린 넥센전에서 공을 던졌다.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밟은 1군 무대였다.

최영필은 30일 넥센전에서 선발 박종훈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1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 안타 1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영필은 31일 넥센과 경기에서도 또 등판 기회를 얻었다. 선발 제춘모가 1이닝 4실점하며 일찍 무너져 2회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전날과 견줘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3,1이닝 동안 15타자를 상대해 2안타 1실점(1자책점)했다.

오랜만에 밟은 1군 마운드에 대한 소감은 어땠을까. 31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영필은 "담담하다"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를 떠나있는 동안에도 계속 운동을 했고 공을 던졌다"며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전화는 많이 오더라"고 말했다.

최영필의 1군 합류 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과 주변 지인은 격려 전화를 걸었다. 최영필은 "아내는 '잘 던지라'고 격려했는데 아들 녀석은 그렇지 않더라"고 웃었다.

최영필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결혼을 일찍 했다. 아들 종현 군은 고교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최종현 군은 제물포고 1학년이다. 최영필은 "집에서 TV 중계를 통해 내가 던지는 걸 봤나 보다. 아들은 '긴장을 너무 했다. 아빠는 긴장을 풀고 던져야 한다'고 지적하더라"고 얘기했다.

최영필은 "아들과 함께 (프로)그라운드에서 뛰고 싶긴 한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아들이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온다고 하면 최영필은 오는 2015시즌까지 현역선수로 뛰어야 한다.

수원북중-유신고-경희대를 나온 최영필은 지난 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면서 프로에 데뷔했다. 어느덧 프로 16년 차가 됐다. 최영필과 견줘 나이와 프로 경력이 많은 현역 투수는 류택현 LG 플레잉코치, 한 살이 더 많은 박찬호(한화 이글스), 그리고 동갑내기 이대진(LG 트윈스) 정도다.

최영필은 "베테랑으로 후배들에게 조언도 자주 건네고 그러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체력적인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등판을 한 뒤나 시즌이 끝난 다음 어느 정도 밸런스를 유지하고 투구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영필은 "아무래도 노장 선수들은 다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최영필도 SK 입단 후 갈비뼈를 다치는 바람에 재활 과정을 거쳤고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다.

최영필에게 아들과 함께 뛰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물론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며 "그렇지만 그게 남은 목표가 아니다. 지금은 그저 마운드에 계속 오르는 일 그 자체가 내겐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최영필은 2010시즌까지 프로 통산 326경기에 나와 796.1이닝을 던져 35승 55패 13세이브 16홀드 평균 자책점 5.02를 기록했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642일만의 1군 마운드 SK 최영필 "공 던지는 게 행복"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