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각 포지션 경쟁 구도는 확실하다. 평균 경쟁률이 3대1 정도다. 국내, 일본, 유럽파 등이 고루 섞였고 와일드카드까지 포함하면 더욱 복잡하다.
미드필드 쪽이 최대 격전지인 가운데 소리없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포지션도 있다. 단 두 명이 최종 승선할 수 있는 골키퍼다.
그간 2012 런던 올림픽 3차, 최종 예선에서는 김승규(22, 울산 현대), 이범영(23, 부산 아이파크)이 번갈아가면서 활약했다.
둘의 특징은 확실하다. 김승규는 긴 팔로 페널티킥 상황 등에서 잘 막아낸다. 이범영은 199㎝의 장신을 앞세워 뛰어난 공중볼 장악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둘 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다. 올 시즌 김승규가 8경기(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경기 포함), 이범영이 4경기(FA컵 1경기 포함) 출전이 전부다.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둘은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나름 국제 토너먼트 대회를 경험했다. 김승규의 경우 지난해 K리그 챔피언십에서 신들린 선방을 보여주며 울산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기도 했다. 이범영은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서로 확실한 비교 우위를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그들에게는 7일 시리아와 평가전이라는 마지막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와일드카드로 1명을 이미 점찍었다는 홍 감독의 말이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이라는 분석이 나돌면서 김승규와 이범영은 더욱 절실해졌다.
늘 같이 써왔던 방도 바꿔 쓰는 등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래도 침착했다. 지난 3일 이범영은 "(와일드카드에 대한) 계산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보여줘야 하는 플레이에 집중하겠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성룡이 합류하면 대표팀이 좋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그는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지 않겠느냐. 와일드카드에 대해 찬성, 반대가 있을 수 없다. 김승규와는 오래 경쟁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라고 호탕함을 보였다.
김승규는 와일드카드에 대해서는 이골이 났다는 반응이다. 그는 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개인보다 팀을 평가하는 시리아전이다. 잘할 것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정성룡 발탁 여부로 몸살을 앓았던 과정을 겪은 바 있어 이번에는 집착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그는 "당시에 너무 신경을 써서 경기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 이후 와일드카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은 K리그 경기에 집중해 감각을 키우면서 최종 엔트리에 들겠다는 자신만의 전략을 소개했다. "시리아전에 올인하지 않겠다. 팀이 잘되면 그것으로 좋은 일"이라고 일단 몸을 낮췄다. 이범영과의 경쟁도 "예선 대부분을 이범영이 나서지 않았느냐. 내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꿈은 꿈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올림픽만 바라봤다는 그는 "올림픽은 늘 가고 싶었던 무대다. 올림픽을 보고 운동을 해왔다"라고 마음속의 절실함을 꺼내보였다.
조이뉴스24 파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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