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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10K 괴력' 노경은의 재발견, 두산의 행복한 고민


[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 셋업맨 노경은에게 따라다니는 몇 가지 별명이 있다. 주로 담력 부족을 꼬집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이다. 평소 구위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주눅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노경은 자신도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내 공을 마음껏 뿌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노경은을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이가 김진욱 감독이다. "자기 공만 던지면 수준급 투수로 거듭날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한다. 그런 김 감독이 택한 해결책은 '임시 선발'이다. 리드를 지켜야만 하는 구원투수가 아닌, 처음부터 부담없이 선발로 등판하면 제 구위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다.

노경은은 김 감독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 6일 잠실 SK전. 통산 21번째이자 올 시즌 첫 선발 투수로 등판한 노경은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로 SK 타선을 압도했다. 150㎞ 안팎의 포심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은 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 낙차 큰 포크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김 감독은 경기 전 "투구수 70∼80개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고 했지만 이닝을 거듭해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자 경기 후반 세자릿수 투구수를 기록할 때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이날 모두 공 105개를 던진 노경은은 1-1 동점이던 7회 2사 1,2루에서 홍상삼과 교체될 때까지 안타 3개와 볼넷 2개로 1점만 허용했을 뿐 삼진을 10개나 솎아내며 호투했다. 동점에서 물러나 승패를 얻지는 못했지만 승리보다 훨씬 값진 자신감을 얻은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득이다. 특히 6,2이닝 투구는 2007년 7월6일 대구 삼성전서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이닝(6이닝) 기록을 5년만에 넘어선 것이다.

1회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억제한 게 호투의 배경이다. 1회초 2사 뒤 최정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 이호준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실점을 하며 다소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박정권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끝낸 뒤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2회부터 자기 공을 거침없이 뿌리기 시작했다. 전날 홈런포를 쏘아올린 조인성과 베테랑 박진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5회 2사 후 박진만을 볼넷으로 내보낼 때까지 12타자를 내리 잡아냈다. 특히 4회에는 최정-이호준-박정권으로 이어지는 상대 중심타선을 모조리 삼진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1회 2사 1루 박정권 타석부터 7회 2사 또 다시 박정권 타석까지 19타자를 상대로 볼넷 1개만 허용한 노경은은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가자 페이스가 흐트러졌다. 김강민을 볼넷, 조인성을 좌전안타로 내보내 2사 1,2루에 몰렸다. 결국 오른손 불펜 요원 홍상삼과 교체돼 이날 투구를 마감했다. 홍상삼이 박진만을 삼진으로 잡아내 노경은의 실점은 추가되지 않았다.

노경은은 분명 '임시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선발로테이션에 든 웬만한 투수보다 뛰어난 피칭을 펼친 그의 향후 활용도를 두고 김진욱 감독은 고민에 빠질 듯하다.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의 투구수를 80개로 예상했는데, 이후에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경기 중 컨디션을 조절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노경은은 "매 이닝마다 그 이닝만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되도록 빠른 카운트에서 빠른 승부로 투구수를 줄이려 한 게 주효했다"며 "오늘 포크볼이 특히 좋았다. 내 뒤에 좋은 투수가 있기에 있는 힘을 다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승리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건 전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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