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지난해 10월 15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의 FA컵 결승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당시 경기는 성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 뒤 윤성효 감독을 비롯해 수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일제히 심판진에 몰려가 항의했다. 특히 주심을 맡았던 김종혁(29) 심판에게 격하게 따졌다.
이유는 나름 있었다. 전반 31분 수원 박현범의 골이 터졌는데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박현범보다 성남 수비수 박진포가 앞에 쓰러져 있었지만 오프사이드라며 골로 인정하지 않아 오심이 됐다. 후반 15분에는 스테보의 슛이 사샤의 손에 맞았는데 핸드볼로 인정되지 않았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6심제를 실시한 경기에서의 오심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수원은 경기 결과는 받아들이겠지만 대한축구협회에 심판진의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경기 하루 뒤 김 심판은 SNS를 통해 박현범의 골은 온사이드였다고 고백하며 '2부심이 오프사이드 파울을 불었다. 전반 종료 후 심판실에 들어가서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번복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샤의 핸드볼에 대해서는 '또 다시 같은 상황이 되더라도 저는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자신의 판정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김 심판은 지난 2008년 FA컵 심판상, 2010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심판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축구협회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우수 심판 중 한 명이다. 국제 심판 자격증도 있어 축구협회 주관의 FA컵 결승전은 김 심판의 경력에 빛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일부 오심으로 빛이 바랬다.
이런 악연 때문에 프로축구연맹 심판실은 수원 홈 경기에 김 심판을 배정하는데 신중을 기울였다. 이날 수원-제주전 전까지 김 심판은 지난 3월 24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수원전에 주심, 4월 7일 전남-수원전 대기심으로 수원 경기에 나섰다.
그러다 이날 수원 홈 경기의 주심을 김 심판이 맡았다. 수원 관계자는 "심판 사전 배정 예고제로 김 심판이 주심을 본다는 사실을 안 서포터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김 주심을 성토하는 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서포터석 2층 난간에는 '월드컵 우승 꿈이 아니다! 김종혁을 브라질로'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김 주심의 오심 판정을 비꼰 것이다. 다행스럽게 경기 시작과 함께 구단에서 현수막을 철거했지만, 심판의 권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다소 거친 문구였다.
수원 관계자는 "어떻게 같은 팀과의 경기에 다시 나설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심판 배정은) 심판실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런 악연 때문인지 이날 경기에서도 김 심판의 판정에 수원 팬들과 벤치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조금이라도 판정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야유가 나왔고 '심판 눈떠라'는 구호도 뒤따랐다. 그래도 김 심판은 흔들리지 않고 90분을 소화했지만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뒤 수원 윤성효 감독으로부터 항의를 받으며 퇴장했다.
경기를 지켜본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관계자는 "김 심판은 재능이 충분하다.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수원-제주전같은 빅매치 판정을 더 잘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악연으로 묶인 심판과 판정에 예민했던 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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