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선수 본인는 얼마나 더 답답하겠어요."
넥센 김시진 감독은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앞두고 오재일에게 2군 선수단이 있는 강진 행을 통보했다.
오재일은 이날 1군 선수들과 함께 타격과 수비 훈련을 마치고 자신을 데리러 온 버스를 탔다. 지난달 24일 다시 1군 엔트리에 포함된 내야수 유재신이 동료를 배웅했다.
오재일이 이날 2군으로 간 데는 이유가 있다. 봉와직염으로 수술을 받은 강정호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1군 엔트리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강정호가 뛰기 위해선 대신 누군가가 2군으로 가야 했다.
오재일은 인창중-분당 야탑고를 나와 지난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면서 프로 선수가 됐다. 그는 백업 내야수였지만 올 시즌 1군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다.
오재일은 프로 데뷔 후 지난 시즌 46경기에 나온 게 개인 최다 출전이었다. 주로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개인 최고 1군 등록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3일 1군에서 말소됐지만 54경기에 뛰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강진보다 목동에서 운동을 한 시간이 더 많았다.
김 감독이 오재일에게 기회를 준 건 그가 갖고 있는 잠재력 때문이다. 좌투 좌타인 그는 펀치력을 갖춘 선수로 꼽힌다. '유망주' 혹은 '기대주'로 분류되는 선수다. 현재는 팀의 주전 1루수로 나서고 있는 박병호와 같은 자리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타 요원으로 쓰임새는 분명히 있다.
김 감독을 포함해 박홍식, 심재학 타격코치는 오재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타격 훈련에선 날카로운 타구를 펑펑 날리는데 정작 경기에 들어서면 침묵을 지킨다. 올 시즌 1군에서 기록한 성적은 135타수 23안타 4홈런 17타점 타율 1할7푼이다.
홈런은 강정호(19개), 박병호(16개), 이택근, 장기영(이상 5개)에 이어 팀 내 5위다. 그러나 타율이 너무 낮은 게 흠이다. 물론 주전으로 나서지 않고 대타나 대수비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 경기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기 쉽지 않은 부분은 있다.
김 감독은 "지난 3시즌 동안 기다리게 했는데 이제는 좀 맞춰줄 때도 됐다"며 "팬들에게 '오재일이 양아들이냐?'는 얘기도 들어 봤다"고 웃었다.
오재일의 2군 행은 부진에 대한 문책성 조치보다는 분위기 전환용에 가깝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컨디션을 추스리고 분위기도 좀 바꿔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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