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큰 파티를 벌이겠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흥미로운 70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세리머니는 파티를 더 뜨겁게 만드는 맛깔나는 양념이었다.
빗줄기가 쉼 없이 퍼붓던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2002 월드컵대표팀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2'가 열렸다.
이벤트 경기였지만 나름 승부는 승부였다. '팀 2012'의 신태용 감독과 이동국이 "혼내주겠다"라며 선전포고를 할 만큼 긴장도는 상당했다. '팀 2002'의 거스 히딩크 감독도 "즐기겠지만 승부를 해보겠다"라며 맞불을 놓아 재미있는 경기가 예상됐다.
기대대로 화끈한 골이 많이 터졌다. 전반에만 양팀이 다섯 골을 나눠 넣었다.
뒤따르는 세리머니는 감동과 폭소의 향연이었다. 전반 15분 '팀 2012'의 에닝요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자 에닝요와 김영광을 뺀 나머지 멤버들이 한데 모였다. 에닝요는 김영광을 던지는 시늉을 했다. 김영광은 볼링공처럼 굴러갔고 나머지 멤버는 볼링핀이 되어 쓰러졌다.
17분에는 이동국의 골이 터졌다. 이동국은 벤치 앞으로 뛰어가 누군가를 불러내는 행동을 취했다. 이후 낚싯대를 끌어당기는 손짓을 했고 벤치에 있던 이현승이 낚시바늘에 걸린 생선처럼 파닥이며 나왔다. 경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19분 이동국이 세 번째 골을 넣은 뒤에는 세리머니를 시도하려는 과정에서 재미난 일이 발생했다. 자기 측 벤치로 뛰어가던 이동국을 뒤에서 뛰어든 윤빛가람이 밀어 넘어뜨렸다. 이동국이 허탈해 하는 사이 윤빛가람은 자신의 소속팀 성남 사령탑이기도 한 신태용 감독 품에 안겼다. 이동국의 골 세리머니를 윤빛가람이 훔친(?) 셈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세리머니는 선배들의 세리머니 앞에서 묻혔다. 26분 최용수가 제대로 된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한 그의 말대로 최용수는 설기현의 패스를 받아 골을 터뜨린 뒤 환호했다.
이후 갑자기 유니폼 상의를 벗더니 몸에 힘을 줬다.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이탈리아의 문제아 공격수로 불렸던 마리오 발로텔리의 흉내를 낸 것이다. 발로텔리가 식스팩을 자랑했다면 최용수는 어렴풋이 배나온 근육을 보여줬다.
한 술 더 뜬 최용수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황선홍, 안정환 등이 그의 입을 막았다. 인종차별과 자국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려던 발로텔리의 입을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막은 것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이 세리머니로 최용수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31분에는 감동의 장면이 나왔다. 설기현의 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골을 넣은 것. 기대대로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에게 전력질주로 뛰어가 와락 안겼다. 히딩크 감독 역시 박지성의 골이 터진 뒤 기술지역 밖까지 뛰어나와 수건을 격하게 흔들며 좋아한 뒤 그를 안아줬다.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한 진한 향수가 묻어나온 세리머니였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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